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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군사혁명과 오늘의 한국 12
[[제1232호]  2010년 6월  5일]

서울진입 (2)

 

한강 인도교 돌파

해병여단의 출동부대를 선도하던 오정근 대대장은 16일 오전 1시반경 염창교에서 출동부대를 기다리고 있던 박정희 장군 일행의 환영과 격려를 받고 용기백배해서 한강대교로 향했다. 나는 지휘반과 함께 오전 2시경 염창교에 도달했다. 다리를 건너면서 보니 박정희 장군이 길가에 서 있는 것이 보여 지프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경례를 했더니 박 장군은 반가워하면서 손짓으로 가까이 오라고 했다. 다가갔더니 귀엣말로 “제30사단에서 비밀이 누설되어 육군부대는 출동할 수 없게 되었소. 이제는 해병여단만으로 강행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김 장군만 믿소!”하면서 나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순간 야구 방망이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 ‘되돌아 갈까’ 하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되었습니까. 알았습니다. 해병여단만으로 합시다.”

굳게 악수하고 지프차에 올랐다. 지프차는 강변 제방길에서 한강 인도교를 향해 달리며 전조등으로 노면을 훤히 비치고 있었지만 내 눈 앞은 캄캄했다. ‘먼저 육군 측의 움직임을 살펴가며 행동해야 하는데….’ 이것저것 후회가 되었다. 육군 부대가 나올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느꼈던 되돌아갈까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돌아간다고 출동했던 일이 없던 일로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고 보면 남은 선택은 전진뿐이었다. 상황 판단을 하고 결심을 굳히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노량진 역전을 지나니 오정근 대대의 차량 종대의 후미가 보였다. 오정근 대령, 조남철 중령(제2연대 부연대장, 후에 국회의원, 농어촌진흥공사 부총재), 최용관 소령(여단 인사참모, 후에 해병 방첩대장, 세일수산 자영) 세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 중령과 최 소령에게 전차중대가 오전 4시 출발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점령 목표를 재조정하는 문제를 의논하고 있는데 한강대교 쪽에서 총성이 들려왔다. 의논을 중단하고 한강대교로 차를 몰았다. 정지하고 있는 차량 종대를 지나면서 보니 트럭 위의 해병들이 목을 길게 하고 총성이 들리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강 인도교 노량진 쪽 입구에는 트럭 3대를 도로에 가로질러 세워서 급히 만든 바리케이드가 길을 막고 있었다. 총격전의 결과인지 육군 헌병은 보이지 않았고, 해병 몇 사람이 바리케이드의 트럭을 밀어내서 길을 넓혀 놓았다. 그 틈으로 차량 종대가 한강 인도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에 중지도쪽에서 또 총성이 들려왔다. 곧 오 중령이 휴대 무전기로 “중지도에 또 다른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어 돌파하는 중입니다”라고 보고해 왔다. 그리고 잠시 후 차량 종대는 서서히 전진을 시작했다. 지프차가 바리케이드를 통과할 수 없어 걸어서 중지도를 향했다. 중지도에는 차량 6대를 일렬 횡대로 세운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중지도를 지나 용산쪽 한강 대교를 걷고 있는데 또 차량종대가 정지하더니 오 중령으로부터 또 다른 바리케이드가 있어 돌파중이라고 알려왔다.

목표 점령에 실패하면 거사는 실패로 끝나게 된다. ‘체포되어 군법회의에 회부되고 사형당하느니 차라리 자결해야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고 내자와 세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니지. 나는 군법회의에서 목적을 모르고 출동한 장병들을 해명해 줄 책임이 있다. 자결하더라도 그 후에 해야 한다’ 등 생각에 잠기고 있는데 부관 홍경식 중위가 “저기 박정희 소장이 오고 있습니다”라고 해서 뒤돌아보니 박 장군과 그를 호위한 일행이 걸어서 다가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바리케이드가 또 있습니다. 시내까지 또 다른 바리케이드가 있다면 목표점령이 어려워 보이는데 목표를 남산 점령으로 변경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라고 의견을 말했더니 박 장군은 침착하게 “아니요. 목표 변경은 목표 점령이 실패한 후에 결정해도 됩니다. 지금은 바리케이드 돌파만 생각합시다”라고 했다. 바리케이드를 넘어서 용산쪽을 바라보니 희미하게 보이는 데 삼각지까지는 바리케이드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바리케이드를 넘어선 오정근 대대의 차량 종대의 트럭들은 엔진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신나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4시 5분이었다. 한 시간 늦어진 것이다. 이 정도면 목표 점령은 문제없을 것 같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차량종대 후미를 따라 온 내 지프차가 다가와서 올라타고 시내 중심부를 향했다. 삼각지를 지나는데 어떤 육군 소령이 손짓으로 차를 세워서 정지하니 다가와서 제6군단 포병단은 이미 한 시간 전에 육군본부에 도착했다고 알려주는 것이었다. 마침 그때 공수단의 차량 종대가 신나게 군가를 부르며 삼각지를 지나가고 있었다. 늦었지만 공수단도 나왔고 6군단 포병단은 이미 육군본부에 들어갔으니 거사는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투준비를 갖춘 해병대대에게 헌병중대의 저항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어두워서 바리케이드 배후의 상황이 잘 보이지 않았고 거기에다 바리케이드를 만든 트럭들의 눈부신 헤드라이트가 바라보는 사람을 눈멀게 해서 돌파가 지연되었던 것이다.

<계속>

 

김윤근 장로<전 수도방위사령관.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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