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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나이가 들어감에 대하여
[[제1542호]  2017년 3월  18일]


얼마 전에 뇌출혈을 앓고 있는 아내를 간호하다가 최근에 자신도 암에 걸려 더 이상 아내를 돌볼 수 없게 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내도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들의 불행을 슬퍼하기보다 그들의 사랑이 이루질 수 없음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그러면서 우리 주위에 있는 너무도 많은 불행한 사태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노인들에게 닥치는 많은 불행의 단초는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일어나는 불행한 현실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현상이다. 이제 5년 후면 인구 5명당 한 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의 끝자락에 이른다. 이들의 여생을 조금이라도 윤택하게 해 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제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또 한 번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선심성 공약이 난무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수적으로 우월한 노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무리한 혜택이 나열되기도 한다. 물론 당연하게 공약(空約)이 되어 비난거리가 되는 것이 많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공평하게 모두에게 똑같이 필요한 것이 건강이다. 평소에 조심하고 운동이나 규칙적인 생활, 특히 몸에 해로운 일들을 멀리하는 건전한 생활습관으로 건강을 유지하면 좋지만 이도 어느 정도의 일이고 급기야는나이는 이길 수 없지’ 하면서 나이 들어감을 탓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런 우리네 형편에 정부가 하는 복지 관계의 일 중 제일 잘하는 것이 바로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일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에 지공거사(地空居士)라고 있다. 정부의 혜택으로 65세가 되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사람을 칭한다. 노인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지하철의 운영비가 커지는 문제가 생기지만 국가의 예산 집행을 계산해보면 반드시 밑지는 일만은 아니다. 어차피 노인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라면 병약해진 노인의 병치레를 위해 예산을 소모하기 보다는 병 예방을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지하철이 노인 건강에 기여하는 것은 너무 많다. 이를 이용하여 집에서 나와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듦으로 정신적이나 육체적인 건강 증진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실 교회에 가는 일도 큰 혜택의 하나이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 교회에 다니지 않고 이사를 다녀도 예전에 다니던 교회를 다니기에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면 차비가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 그러나 지공거사라면 이는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은 축복인 셈이다.

사실 국민들 중에는 이런 제도에 불만을 갖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을 힐난하기에 앞서 작은 예의를 지켰으면 한다. 출퇴근 시간은 가급적 피하고 노인이라고 너무 대접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남도 대접할 수 있는 아량도 지녀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노라면 당연히 늙어버린다. 그러나 잘 늙는다는 것은 곧 오래 산다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짧고 굵게 사는 것이 멋지게 사는 것이라고 일갈하는 사람의 뜻에 공감할 때도 있다. 물론 부자로 살아가는 것만이 아니고, 모든 일이 잘 되어 성공했다는 주위의 칭송을 받는 것만도 아니다. 친구도 넉넉하게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화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이 건강하게 늙어가야 하는데 지하철 이용이 크게 도움이 된다. 정말 고마운 지하철이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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