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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7호]  2019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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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우리 애가 그럴 리가 없는데
[[제1544호]  2017년 4월  8일]


K집사는 정말 열심히 사는 이민자이다. 한국에서 꽤나 좋다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며 장래가 촉망되던 엘리트 사원이었다. 부인도 고등학교 상담교사로 슬하에 딸과 아들을 한 명씩 둔 다복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러나 자녀 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던 그는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결심하고 실행했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기러기 아빠의 생활도 생각했지만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여겨 과감하게 회사에 사표를 냈다. 꽤나 풍족한 퇴직금에 그동안 이를 위해 저축했던 자금을 들고 미국으로 향했다. 미리 계획하였기에 아담한 집과 그런대로 경영하기 쉬운 마켓을 하나 구입해 이민가자마자 곧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진학한 자녀들도 곧 학교생활에 적응해서 안정을 찾았다. 쉬는 날이 없이 매일 문을 열면서 부부가 함께 일하고 몇 명의 알바를 고용해 운영하는 작은 마켓이기에 몸은 고단했지만 그런대로 장사가 잘 되어 특별한 어려움이 없이 지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시간이 없기에 주일에 한 번 예배에 참석하는 정도의 나이롱 교인(조금 부끄러워 스스로 비하하는 명칭)이지만 자녀들이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인 듯 보여 자신을 희생했지만 미국 이민의 결단이 성공했다고 스스로 만족해하고 있었다.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없어 조금은 서운했지만 마켓 문을 닫고 10시가 조금 지나 집에 오면 항상 웃으며 맞아주는 딸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지금 오세요? 피곤하시죠? 내 방에 갈께요.” 그러면그래 잘 자라” 하고는 만족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그런 평안한 생활이 계속됐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딸은 고교를 졸업하게 되었고 우리네 수능 시험 같은 SAT 시험도 치렀다. 다행히 생각보다 높은 점수가 나와 주위의 부러움을 받으면서 여러 대학교에 입학원서를 내고 그 결과를 기다리게 되었다. 이제는 부모에게만 잘하는 딸이 아니라 자신의 앞길도 스스로 개척하는 유능한 딸이었다. 그는 대학교에 다니는데 필요한 학자금만 마련하면 되는 처지였다. 몸은 고되었지만 능력 있는 부모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흡족한 마음이었다. 학교 상담실에서 호출 받기 전까지는 좋았다. 딸 때문에 상담을 원하는 상담 교사의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렇게 천사 같은 딸이 불량 학생들과 어울려 어떤 범죄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소식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 속에 집에 와서 무조건 딸의 핸드백을 뒤져보니 그 안에서는 모범생의 가방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물건들이 나왔다. 담배, 마약, 피임 도구들. 도저히 쳐다볼 수 없는 이질적인 악의 물건들이었다.

K집사는 처음에는 딸에게 속았다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렇게 힘들게 노력해서 경제적인 기반을 잡으면서 남에게 부러워할 것이 없게 자녀들에게 잘해 주었다고 자부했다. 상담 선생과 상담을 이어가면서 그는 자신의 불찰을 반성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사업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다보니 가정을 위한 삶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그런대로 신앙적인 생활을 했는데 자녀들에게 모범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이 반드시 돈만이 아니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자신은 오로지 돈을 버는 기계로 전락해 버렸다.

다행하게도 딸은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그가 저지른 잘못도 치유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온 가족이 합심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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