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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만일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제1551호]  2017년 6월  3일]


의사인 고교 동창 중에 환갑 직전인 15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 친구가 있다. 다행히 오른쪽은 성했고 말도 할 수 있고 오른손을 사용해 일상생활은 그럭저럭 할 수 있게 되었다. 매우 짧은 거리는 억지로 걸을 수 있지만 외부 활동에는 매우 큰 제약을 받는 형편이었다.

얼마 전에 고교 동문 부부 48명이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오랫동안 나들이를 하지 못했던 이 친구는 친구들의 강권에 힘을 얻어 동행하였다. 시설이 잘 되어 있는 크루즈 배 안에서의 생활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수많은 관광객과 좁고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보통사람도 통행에 큰 어려움을 겪는 유럽의 고대 도시들을 다니는 일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휠체어로 움직여야 하는 이 친구의 처지는 몹시 어려웠다.

그러나 여기에서 놀라운 우정이 나타났다. 마침 동행했던 친구 중에 양로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동문이 있어 휠체어를 잘 다루었다. 특히 둔덕을 넘을 때에 이에 대처하는 요령은 평소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이 친구는 그동안 미국에서 살아왔기에 이들의 만남은 반세기가 넘었지만 어린 시절을 함께 한 동문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인연이 반세기를 단번에 단축시켜 주었다. 이에 이 친구를 필두로 요령을 습득한 여러 친구들이 경쟁하듯 휠체어 담당으로 봉사했다. 우리의 나이를 감안해 스케줄을 여유 있게 잡았기에 우리들의 여정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여행 내내 이 친구는 그동안 의사로서 살면서 환자들을 상대했던 자신의 고압적인 자세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음을 고백했다. 아울러 지난 15년간 헌신적으로 돌보아 준 부인에 대한 감사를 여러 친구들에게 고백하기도 하였다. 새로운 인생에 대한 희망과 아울러 지난 세월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는 정말 보람찬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계속해서 말하곤 하였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사회사업가 헬렌 켈러는 태어나면서부터 못 듣고 못 보고 말 못하는 삼중고(三重苦)를 겪으며 살았다. 그런 그가만일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수필을 썼다. 만일 볼 수 있다면 나의 눈을 뜨는 시간에 제일 먼저 나를 이만큼 가르쳐 주며 교육 시켜 준 나의 선생 설리반을 만나 보겠다. 그리고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산보를 가서 나무와 꽃 그리고 석양을 보고 싶다. 다음 날 이른 새벽에는 먼동이 트는 웅장한 장면을 보고, 아침에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오후에는 미술관 저녁에는 보석같은 밤하늘의 별을 보겠다. 마지막 날에는 큰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아침에는 오페라하우스, 오후에는 영화 감상 저녁에는 도시 가운데에 나가 네온에 싸인 윈도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고 마지막 눈을 감아야 하는 순간에는 3일이라도 세상을 보게 하여 준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평안한 마음으로 영원한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이 수필은 당시 세계 대공황에 빠져 절망에 있던 세계인들에게 헤어나올 수 있는 희망의 글이 되었다. 그 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는 이를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선정하였다.

그는 우리가 평소에 별로 생각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인 일을 감사했다. 우리는 숨을 쉬면서도 공기의 고마움을 모른다. 하물며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해 독생자까지 보내신 놀라운 사랑까지도 때로는 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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