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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영화에서 얻은 것들
[[제1554호]  2017년 6월  24일]


지금부터 60년도 지나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란 생활로 부산에서 있던 시절이다. 다니던 교회에서 부활절을 맞아 고난주간 수요예배 시간에왕중왕’이라는 영화를 상영하였다. 그때는 영화라는 단어보다 활동사진이라는 용어가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졌고, 당연히 화질이 떨어지는 흑백영화였다. 그 내용은 우리 신자들은 모두가 아는예수님의 십자가상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것이었다. 최후의 만찬에서 시작하여 골고다 산상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그 후에 약속하신 대로 3일 만에 부활하는 내용이었다.

대다수의 교인들이 이 신기한 문명의 이기를 접하기 위해 모였고 심지어는 처음으로 교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많은 형편이었다. 당시의 교회는 당연히 의자가 없이 마루방에 앉았는데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이윽고 예배당 중앙에 설치된 영사기는 필름을 돌리는 소리와 함께 영화를 시작했다. 예수께서 잡히시고 먼저 대제사장 앞에서 재판을 받을 때부터주여’ 하는 소리가 한숨과 훌쩍이는 울음소리와 함께 나오기 시작했다. 영화는 종반으로 치달으며 예수님께서 피를 흘리며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산을 오르는 장면으로 들어섰다. 한참 긴장된 순간에 사고가 발생했다. 필름이 끊어지면서 영화가 중단되었다. 그 당시 영사기는 16mm 필름을 사용하면서 워낙 오래되었기에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하였다. 기술자가 이를 손보는 사이에 약간의 소요는 있었지만 모두가 숙연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기도하거나 훌쩍이는 울음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그때 앞에 앉아 있던 한 권사님이 조용히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예수 나를 위하여 십자가를 질 때 세상 죄를 지시고 고초당하셨네 예수님 예수님 나의 죄 위하여 보배 피를 흘리니 죄인 받으소서(144)’ 이는 곧 온 교인이 함께 부르는 찬송이 되었고 그 후 영화가 다시 계속되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사실 내용은 모두가 아는 것이었고 마치 성령이 강림하신 듯 감동만이 이어졌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교인들은 모두가 눈물을 흘리면서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듯 감격을 느꼈다. 이것이 영화가 줄 수 있는 최대의 감동이라고 여겨진 선물이며 나 역시 이때의 감격이 일생을 지배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학창 시절에도 영화는 열심히 보면서 청춘을 구가했지만 일하며 지냈던 중장년의 시절에는 즐길 수가 없었음이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생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즐겁고 귀중한 취미생활로 할 수 있음이 너무나 행복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영화를 보는데 혼영(혼자 영화보기)을 택한다. 대부분 낮에 극장이 한가한 시간에 커피 한 잔과 주전부리를 준비해서 문화생활을 즐긴다. 예전에 나왔던 감동적인 대작은 별로 기대할 수 없어도 경험할 수 없었던 다른 삶을 체험하거나 가벼운 눈요기로 영화를 통해 얻는 잔잔한 즐거움이 있다. 저렴한 입장료에 비해 쾌적한 시설 속에서 인생의 다른 면을 살피는 즐거움을 엿볼 수 있다.

아주 옛날에 나왔던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라는 뮤지컬 코미디 영화가 있다. 세상이 우리 뜻대로 안된다고 늙은이다운 푸념에 빠지지 말고 이렇게 영화를 통해서라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생활하는 것도 노년에 건강을 유지하고 보람 있게 사는 방편이라 생각해본다.

 너무 어둡지 않게 편안하고 즐겁게 사는 방법은 사실 많이 있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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