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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적폐척결이 필요한 다른 이유들 -정치인 충원과정의 문제들 ①
[[제1555호]  2017년 7월  1일]

앞의 글에서 우리는 시민혁명을 통해 찾은 주권이, 그 다음 집권 세력의 전근대적 의식과 문화(‘정당의 유일한 목적은 집권! 이를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때문에 다시 비민주 세력에 의해 빼앗긴 역사를 살펴봤다. 정당의 목적은 국민의 의사를 집약하여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기에, 여당이 되어 집권하는 것 말고도 행정부를 감시·감독하는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집권만이 정당의 유일한 존재 이유인 것처럼 집권에 올인하는 모습 때문에 19614.19혁명의 선물로 수권한 민주당은 마치 집에 도둑이 침입하는 것조차 감지 못한 무능력함으로 정권을 빼앗긴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적폐가 있는데 그것은 모든 헌법기관을 비롯한 국가기관(대통령으로부터 일선 순경에 이르기까지)이 헌법이 요구하는 모든 법 집행에서 공정성, 형평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의무를 가볍게 여겨 그것을 쉽게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민주주의국가라고 하나 직접민주주의가 아니고 간접민주주의 체제인 우리나라에서는 선출직인 경우 투표에 의한 국민의 의사표시는 수시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정기적으로(4 또는 5년에 한 번씩) 돌아오기 때문에 그 기간에는 국민과 선출직 간에 일종의 신탁행위가 성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권력의 사유화라는 유혹과 위험이 상시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과 유혹은 임명직인 경우에는 훨씬 더 자주 생기며 그 많은 공직자를 효과적으로 100% 감시·감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이렇듯 공직자들이 국민과의 서약인 준법정신을 버리고 그동안 수많은 탈 헌법적 사건과 행태가 벌인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헌법과 법률이 요구하는 철저한 삼권분립을 통한 입법, 행정, 사법부 간의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법 집행자 개인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포기하거나 소홀히 하는 일에서부터 발생한다. 예를 들면 집권 세력의 압력에 검사가 특정한 형사소추 사건을 축소 또는 포기하여 그 대가로 개인적 승진을 택한다든지, 판사가 재임명을 얻기 위해서 집권 세력에 불리한 판결을 물타기한다든지, 국회의원이 자기 선거구의 예산 확보를 위해서 특정 정부조직의 국정감사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한다든지, 이러한 언뜻 보기엔 별로 심각한 일탈 행위가 아닌 것 같으나 실은 이러한 의식과 행태가 모이고 쌓이면 삼권분립이 무너지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탈 헌법적 일탈 행위는 견제되지 않은 권력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1988년 개헌 이후 지금까지 거의 모든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본인 자신 또는 그 가족의 일부가 부정부패로 구속되거나 감옥살이를 한 기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한 마디로 현행 대통령책임제는 대통령 권한이 지나치게 방대하여 부패의 함정에 빠지기가 쉽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자가 너무 비대해진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기 위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도록 하자는 것인데 물론 각론에 들어가서는 많은 이견이 있겠으나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 권한의 축소이다. 무엇보다도 3권의 엄격한 분립과 상호견제기능이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이 강화되지 않는 한 다시 탈 헌법적인 정권의 탄생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권한이 헌법상으로 아무리 과대한 권한이라고 해도 모든 대통령이 혼자서 그러한 거대권한을 행사하고 남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 마치 상한 음식 옆에는 파리 떼가 모여든다고 한 옛말처럼 그러한 초헌법적 권한을 행사하도록 사주하고 유혹해서 어떠한 이익(자리나 경제적 이익 등)을 얻고자 하는 권력자의 주변이나 최측근 세력이 우리 권력의 주변(정당과 권력기관 등)에 상존하고 있었다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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