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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잊어버리는 것도 축복이다
[[제1559호]  2017년 7월  29일]


할머니가 친구와 전화를 하고 끊으면서 물이 마시고 싶어 냉장고를 열고는 물병을 꺼내면서 들고 있던 전화기를 무심코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한참을 TV를 보면서오늘은 이상하게 전화가 조용하네’ 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전화 벨소리가 나서 주위를 돌아보니 냉장고에서 나는 소리였다. 얼른 전화를 꺼내 받아보니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아요?” 하는 다급한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웃은 후에 전화기를 보니 부재중 전화가 몇 통 더 있었다. ‘이젠 나이 값을 하나?’ 하는 생각에 씁쓰레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젊어서도 있는 일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꾸 일어나는 현상에건망증’이 있다. 젊은 시절에는 그 빈도가 많이 일어나지도 않지만 여러 가지 바쁜 일과를 다루는 가운데 생기기에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력이 자꾸 약해지면서 때때로 건망증이 일어나면혹시나 치매?’ 하는 생각에 슬그머니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 시절에는 머리와 지니고 있는 수첩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담고 있었다. 그러기에 기억해야 하는 극히 기본적인 것은 잊지 않으려고 항상 신경을 쓰는 훈련도 하였다. 그러나 요즘엔 모든 정보를 엄청나게 간직한 스마트폰이 있기에 우리의 뇌는 점점 더 퇴보해가고 있다. 기계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인간은 여기에 종속되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최소한의 것도 이 기계에 의존함으로  더욱 멍청이로 되어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들이 많다. 그 중에는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내용에서부터 오히려 잊어버리는 것이 더 좋은 것도 많다. 어처구니없게 크게 잘못했던 실수나, 결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자질구레한 일상사들은 잊어버리고 싶다. 그러면서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싶은 사랑과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아름다웠던 추억은 되도록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과거를 모두 기억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잊을 수 있기에 오히려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나에게 잘못을 한 사람에 대한 섭섭한 마음은 얼른 잊어버리고 가능하면 용서하면서 그에 대한 응징은 하나님께 의탁하는 마음을 지닐 수 있으면 좋겠다. 반면에 나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에게는 비록 그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있을 것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답하는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의학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건망증과 치매와는 상당한 관련이 있다다행스럽게도 치매에 관한 많은 치료법이 나오는 것은 고마운 현상이다. 그러나 건망증을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주위에서 권장하는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봄도 좋을 듯하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육체를 움직이고 머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무엇을 읽기보다는 책이나 신문을 통해 독서하는 것도, 영어 단어나 한자를 쓰는 습관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나이가 들어 늙어간다는 것은 총명함이 줄어들고 때로는 건망증도 생기며 기억도 점점 아물거리는 것임을 인정하고, 이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또 다른 방식의 축복인 것이라 여겨야 한다.

컴퓨터도 용량이 넘치면 과부화가 생겨 그 기능이 정지되듯, 우리 뇌도 너무 넘치면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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