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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공부 잘 하는 사람이 공직도 잘 하는가? ①
[[제1569호]  2017년 11월  4일]


우리는 앞에서 어렵기로 유명한 외무고시 합격자들로 구성된 우리 외교관들이 실제로는 외국어(특히 제2외국어) 능력도 기대치에 미달하고 최근 해외에서 성추행이니 또는 공관장의 질 등으로 말썽이 많게 되자 외교관의 선발 과정에 국민적 관심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살폈다. 그렇게 경쟁률이 높다는 그들이 치른 시험의 내용은 무엇이며, 왜 그들의 업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지를 묻는 질의도 증가했다.

먼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공무원시험은 경쟁률이 높기로는 세계에서 둘째가라고 하면 섭섭할 정도다. 특히 요즘처럼 청년실업률이 높은 때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경쟁률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채용시험의 원래 목적 즉, ‘맡겨진 일을 잘 하는 사람을 뽑았는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 국가의 생사가 달린 외교관이라고 하는 직무에 꼭 갖춰야 할 자격 요건은 무엇이고 그 요건을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모든 정부 직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직무가 요구하는 자격 요건을 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정부의 모든 직위에 대한 직무 분석이 제도화되지 않아서, 그 직무에 맞는 능력이나 기량을 시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립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공시(외무고시 포함) 합격자들은 그처럼 어려운 시험을 통해서 뽑혔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반드시 그 직장(정부 부처)이 필요로 하는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왜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요구하는 지식이나 기량과 정부의 특정 직책에서 필요로 하는 그것이 동일한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우리가 그간 간과한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학교에서 공부 잘 하는 사람이 직장에서도 일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라고 전제한 현 시험제도가 반드시 옳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직장에서 요구되는 것은 직무의 성과와 직접 관련된 특정 영역이나 분야의 지식과 기량(skills)을 말하는 것이지, 학교(대학)에서 가르치는 어떤 특정 학과목이나 영역의 학술적 체계에 대한 종합적(comprehensive) 이해나 그 깊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과거시험을 관료 선발의 기준으로 삼았던 조선조가 망한지 이미 오래 되었고, 일제 식민지 통치 역시 사라진지 70년이 지났다. 공직자를 스스로 선발할 수 있는 자유와 권한을 가진 우리 정부는 미래의 중견 및 관리직 공무원을 선발하는 5급 공채(고시) 제도를 크게는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의 각종 시험 제도와 별반 다르지 않게 시행해 온 것에 대해서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두 개의 시험이 그 목적이나 방법에 있어서 서로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비슷하게 시행되어온 것이다.

대학에서의 시험은 기본적으로 수험생이 주어진 특정 학문 분야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량을 습득하여 궁극적으로는 수험생 모두를 합격시키려는 것이 목표여서 시험 이후에도 수험생에게 피드백(feedback)을 통하여 보충수업과 재평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반면에 회사나 정부의 인사에서의 선발 시험은 단순히 그 자리나 직무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가장 적합한 자질을 가졌는가를 분별하는 작업일 뿐이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까다롭고 어렵기로 유명한 미국의 외교관시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을 참고로 여기에 간략하게 소개하여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미국에서 외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와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우리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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