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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국가경쟁력과 정부의 역할 ①
[[제호]  2017년 11월  18일]

매년 이맘때면 스위스에 본부를 둔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백여 개 국가(금년에는 137개국)의 경쟁력을 비교한 국가경쟁력보고서를 발표한다. 여기에 대해 우리 언론은 수박 겉핥기식의 보도에 그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는 금년에도 세계 137개 국가 중에서 26위라는 치욕적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세계 11)나 수출량(7)에 비추어 볼 때 국가경쟁력이 현저히 낮고, 다른 지표상으로 우리보다 유리할 것이 별로 없는 싱가포르(3), 홍콩(6), 타이완(15), 말레이시아(23)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들보다 순위가 떨어진다는 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그 내용을 좀 더 면밀히 훑어볼 필요가 있다.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무려 117개에 이르는 요소들(elements)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들은 거시경제환경(2)이나 사회기간시설(8)처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실물경제 쪽이 아니다. 돈보다는 사람들의 노력·지혜·사명감·리더십과 같은 것을 많이 요구되는 노동시장 능률성(130), 기업의 효율성(109), 소수주주의 법적보호 분야(99)로 나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선 하드웨어 면에서는 우수한데, 소프트웨어 면이 낙후된 것임을 곧 알 수 있다.

지면 관계로 여기서 모든 것을 다 분석할 수 없으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분야인 정부의 역할과 법과제도낙후성을 분석해 보자. 먼저 이번 조사의 대상국인 137개의 나라 중에서 한국이 100등 이하로 추락한 분야가 서너 곳이 있는데, 당장 우리나라는 노사협력이 조사대상국 137개 국 중에서 130위이고, 기업의 지배구조효율성이 109위이며, 시장장악의 심각성이 101위로 나와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노사 간의 협력이 가장 잘 안 되어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데, 왜일까? 노사관계는 원래 양쪽이 근본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엄정한 중립이 보장된 정부의 역할 없이 노사분규의 해결은 몹시 어렵다. 따라서 많은 민주 선진 국가에서는 이른바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사협력의 틀이 작동되는데, 우리는 그 역할에 취약하다.

또 효율적이지 못한 기업의 지배구조의 경우 소수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사외이사의 선출이 보장되어 그들의 이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나아가 근본적으로 공공정책의 형성 과정에 민주성과 투명성이 훨씬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정책의 성공은 우리나라가 늘 자랑하는 강력한 집행능력이라기보다는 그 정책의 이해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정책결정과정에서의 공공성, 공정성, 투명성 등 목적의 정당성 이외에도 절차의 합법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이러한 우리 행정의 병리현상을 현실이라는 이유로 옹호하거나 아니면 거의 불가항력적으로 치부해 체념한 탓인지 그것의 개선이나 더 근본적인 혁신을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노력은 거의 단념한 듯 행동해왔다.

DJ정부 출범 시 IMF 외환위기로 풀이 죽은 기득권 세력 때문에, 잠시 담론이 된 적이 있던 정부혁신은 외환위기를 넘기자마자 이른바 혁신 피로증을 핑계로 이젠 하나의 옛날 얘기가 된 지 오래다. 또한 MB정부에서의 전신주 옮기기에피소드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모든 사람이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도 옮기지 못하다가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서야 가까스로 교통에 걸림돌이 되는 전신주하나를 겨우 옮기고 끝내는 대한민국의 행정의 단면을 지적한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 문제는 벌써 만인의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난감할 뿐이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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