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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여야합의의 고위직인사원칙은 불가능한가?
[[제1574호]  2017년 12월  2일]


며칠 전 청와대는 고위공직자 인사선발원칙을 새로 발표했다. 기존의 5대원칙(병역기피, 탈세,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에다 두 가지(음주운전, 성관련 범죄)를 추가한 것이다. 새로운 인사원칙이 막상 현실에서는 어떻게 작용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있는 원칙들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는데 추상적인 항목만 늘렸다고 더 나은 인물이 발탁되겠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러한 행정의 원칙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단지 선언적 원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거기에 없어서는 안 될 좀 더 구체적 사례 중심의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7개의 원칙이 실제적으로 적용되는 현장에서의 해석을 도와줄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지침과 사례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쉬운 예로 부동산투기라는 원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놓고 보자. 덮어놓고 자기가 사는 집, 한 채 이상을 갖는 부동산을 모두 투기로 볼 것인지 아니면 설혹 두 채의 집을 일시적으로 소유하고 있으나, 그 연유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살펴서 투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정당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처럼 부동산투기라는 원칙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수많은 사정과 형편이 있게 마련인데 이것들을 모두 싸잡아서 두 채를 가진 사람은 무조건 투기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서 큰 원칙의 정신과 뜻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사례별 구체적 지침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같은 사안을 놓고 여야의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사실 훌륭한 공직자를 뽑고 그러기 위해서 청문 과정을 거치는 것은 가능한 한 그가 여야의 축복 아래 앞으로 맡을 직책을 잘 수행하기 위한 것이 목적인데 청문과정에서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증거가 부족하여 정당화될 수 없는 허다한 의원들의 고압적이며 피의자 심문 같은 발언을 통하여 지명자를 망신 주는 일이 너무나 많았다. 이러한 청문의원들의 행태는 우리 국민의 상식과 수준을 한참 따라오지 못하는 것으로써, 사회적 비판과 국민적 질타를 마땅히 받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사회의 목탁을 자처하는 언론마저 부화뇌동하는 것을 보면서 아마 거의 모든 후보자가 마음속으로는 몇 번씩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장관들의 청문회에서 설혹 청문회 결과가 채택되지 않는 경우에도 대통령의 임명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음으로 국회에서의 청문회는 결과적으로 여야의 정쟁만 더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민주국가에서는 인사원칙을 정하고 각 부처의 인사집행을 감시·감독하는 중앙인사위원회를 여야가 추천한 비슷한 수의 위원들로 구성해 왔다. 설혹 여야가 동수의 위원을 천거하지는 못하더라도 한쪽에서 독단적으로 인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인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도 이제는 지금 여당이 언제 야당이 될지 알 수 없고 또한 언제 야당이 여당이 될지 모르는 정권 교체가 거의 주기적 현상으로 정착되어 가는 마당에 오늘이 마치 세상의 마지막 날인 양 인사청문회에서 여야가 이성을 잃은 듯 서로를 헐뜯고 막말을 쏟아내는 작태는 이제 그만둬야 하겠다. 그리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 되고 여당이 야당이 될 경우에도 계속해서 일관되고 엄격하게 적용하여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인사선발원칙에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래서 이렇게 합의한 원칙을 적용해서 후보자의 자질을 심사하고 그보다도 후보자의 정책적 소견을 듣는 것이 인사청문회를 갖는 목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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