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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공공기관의 인사비리 어떻게 개혁하나? ①
[[제1576호]  2017년 12월  23일]


얼마 전 기획재정부는 300여 개의 공기업 및 산하기관의 채용에 관한 의혹들을 조사했는데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2,000건의 비리가 발견된 것이다. 오래 전부터 이러한 기관들의 채용에 권력기관의 입김이 거세다는 소문은 심심치 않게 들렸으나 그 실체가 이처럼 방대하고 심각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이번 조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 온 이후 줄곧 주장해 온 이른바 적폐청산의 일환이라는 뜻에서 소문만 요란할 것이 아니라 그 조사의 철저함과 깊이는 물론 그 대안까지 실효적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냉철하고 진솔한 정치권과 관련자들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그 성찰의 실마리는 공기업과 산하기관의 관리체제에 대한 근본적 검토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왜 우리는 이처럼 방대한 공기업과 산하기관을 가지고 있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것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대한민국이 3권 중, 주로 행정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대의정치에 친숙하지 못한 전직 일제 관료 및 군인 출신이 주도한 정치권이 되도록이면 입법과 국회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고육지책이었다. 즉 추가적인 정부기능과 예산은 환영하면서도 그것에 따르는 입법과정과 국회의 감시감독을 피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나라의 권력이 그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지탱하는 데 필요했던 각종 청탁수요(취직, 융자, 용역 등)를 법치행정이 상대적으로 엄격한 정부기관보다는 그 강도가 덜 까다로운 공기업이나 산하기관에서 해결하는 것이 훨씬 손쉽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극적 적폐가 이번에 드러난 채용비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먼저 국회의원, 권력기관, 고위 공직자, 언론기관 등으로 드러났다. 사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이러한 기관들이 그 기관을 만든 정부의 특정 부처의 소관 아래 있어, 해당 관할 부처의 지시와 감독을 받아서 운영해 왔다. 자연히 예산은 물론 인사까지 감독부처의 친정을 받아온 셈이다. 그러다가 이른바 IMF 이후 정부조직의 대개편으로 이 모든 공기업과 산하기관이 당시의 기획예산처(지금의 기획재정부)의 관할로 옮겨진 것이다. 원래 뜻은 범정부적으로 일관된 원칙과 정책이 없이 중구난방식의 인사와 관리 측면에서 부처별 할거주의를 줄여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야심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탁상공론의 결론이었다. 아무리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일개 부처에 불과한 기획재정부가 수백 개에 이르는 이 모든 기관을 효율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하는 나라도 없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의 결과였다. 따라서 그간 기획재정부는 주로 경영학 교수 중심의 외부인사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을 위촉하여 그들이 제시하는 평가기준을 극히 형식적이고 기계적으로 작동하여 각 기관의 고유한 설립목적과 기능의 정책적 목표달성 여부보다는 주로 재무관리 측면의 평가만을 해온 결과는 뻔했다.

거의 모든 공기업과 산하기관의 임원들은 주어진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각종 감사기관의 감사에 지적받지 않을 정도로 무사안일하게 처신해온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대다수는 공기업 또는 산하기관 출신이 아닌 주로 공직에서 일단 물러난 인물이거나 정치를 잠시 쉬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정치희망자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1998년 이후로는 대부분의 이런 낙하산 인사가 각 부처에 분산되지 않고 기획재정부라고 하는 한 중앙부처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어서 사실상 업무상 지휘·감독권을 행사해야 할 부처는 그 업무성과에 필수적인 인사의 내용에 별다른 견제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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