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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랑 많으셨던 어머니와 청렴결백하셨던 아버지
[[제1590호]  2018년 4월  14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경기중학교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나의 중학시절은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어지러운 피란 시절이었지만 여러 과외활동을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주니어 YMCA, 보이스카우트, 주니어 레드크로스, 변론반, 합창반 등 여러 서클에 가입하여 왕성한 활동을 했다. 특히 청소년 적십자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KBS 사장을 지내신 서영훈 선생님께서 우리들을 지도해 주셨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히기도 하고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사실 일찍 귀가한다고 해도 따뜻하게 반겨줄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 혼자서 5남매를 데리고 피란 생활을 하시기에는 너무도 벅찼다. 형은 거의 매일 학교에 지각을 할 정도였다. 식구들에게 밥을 해 먹여야 하는 임무가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천막교실에서 생활했지만, 그리고 전쟁 중이었지만 우리의 학교생활은 밝고 즐거웠다. 또 학교에서는 대대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다행히 중학교 졸업식은 서울에서 거행되었다. 덕수궁에서 졸업식을 가졌는데 나는 각종 상을 휩쓸었다. 아버지도 혜화초등학교 교장으로서 서울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매우 청렴결백하신 분이었는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를 데리고 가셨다.

해공 신익희 선생님과 각별한 사이였던 아버지는 은근히 아들자랑을 하시기도 했다. 가끔씩 용돈을 주시고는 며칠 후에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시곤 했다.

내가 준 용돈을 어디에 썼느냐, 혹시 영화를 보았느냐?”

저축을 했는데요.”

그러면 그렇지, 내 아들이 누군데.”

아버지는 흐뭇한 표정을 짓곤 하셨다. 당신의 아들은 뭔가 다르다는 사실에 매우 흡족해 하셨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야단을 맞은 기억이 거의 없다. 설령 잘못한 일이 잇더라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도 그러니? 너는 도저히 그럴 아이가 아닌데 나를 실망시키는구나. 너도 그러다니.”

이 한 마디가 꾸중의 전부였다. 당신의 아들은 뭔가 달라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서울 학술경시대회가 열렸다. 이 경시대회에서도 1등을 차지해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렸다.

나 자신이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평범했으며 매사에 꾸준히 노력하는 편이었다. 잠이 많아서 형이 숙제를 대신 해준 적도 있었다. 형은 어려서부터 밥 짓는 일은 물론 동생의 숙제까지 돌보는 등 어머니의 역할을 도맡아 했다.

어머니의 잔잔한 사랑은 내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녀들을 위해 혼신의 사랑을 베푸셨던 아버지로 인해 그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청렴결백하셨던 아버지는 곧 우리의 스승과도 같았다.

 

정근모 장로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한국전력공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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