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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스물네 살의 소년 교수
[[제1596호]  2018년 5월  27일]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는 자격시험에서 A학점을 받았기 때문에 석사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박사과정으로 들어갔다. 박사과정 직전에 또 한 번의 시험이 있었지만 이 또한 큰 장벽이 될 수 없었다. 그해 여름방학 때는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되었다. 모든 것이 속성으로 이루어진 셈이었다.

1962년에는 박병소 선배의 소개로 나와 같은 학교에 유학 중이던 그의 6촌 동생 길경자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미시간주립대학교가 있는 랜싱 시에서 거행된 결혼식에는 존 한나 총장도 참석했다. 아내는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하고 유학길에 올라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한나 총장은 우리 부부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미스터 정의 아내에게도 장학금을 주겠네. 부부가 다 미시간주립대학교 유학생이니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은 이것밖에 없네.”

당시 내 나이가 스물셋이었으니 상당히 빠른 결혼이었다. 결혼 후에는 마음의 안정을 찾아 나는 학문의 바다에서 마음껏 유영했다.

박사과정은 6개월 만에 마치게 되었다. ‘분자의 구조를 양자역학으로 풀어내는 것에 관한 연구라는 박사학위 논문은 10년 뒤인 1970년대 우주탐사시대에 외계에 물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관한 이론적 베이스를 제공한 것이었다.

박사학위를 받고 난 후 플로리다대학교의 조교수로 임명되었다. 플로리다 주 언론에서는 나의 교수임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Boy Professor(소년 교수)”

소년 교수가 플로리다대학교에서 탄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스물넷의 나이에 조교수가 되었으니 빨라도 보통 빠른 것이 아니었다. 조교수로 있으면서도 나의 마음속에는 학문에 대한 미련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공부를 더 해야 할 텐데. 가르치는 데에만 만족할 수는 없어.’

이런 생각을 할 즈음, 프리스턴대학교 핵융합연구소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광고를 보았다.

실력 있는 젊은 과학자를 모집함

가슴이 두근거렸다. 핵융합연구는 내가 가장 관심을 갖는 학문 분야였다. 이곳에 이력서를 제출했더니 곧 합격통지서가 날아들었다.

당시 연구소는 하루에 16시간씩이나 기계를 작동시켰다. MIT 출신의 일본인 과학자 요시가와와 나는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밤늦게 귀가하곤 했다. 주위에서는 코리아팀재팬팀의 격돌이라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우리의 연구경쟁을 부추겼다.

1966년에는 MIT공과대학교의 핵공학과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핵융합연구의 선구자인 데이비드 로즈 박사를 만났다. 로즈 박사는 연구실의 운영까지 나에게 맡길 정도로 나를 무척 좋아했다.

1967년에는 뉴욕공과대학의 부교수로 임명되었다. MIT에서는 15개월간 근무한 셈이었다. 뉴욕공과대학의 전기 물리학과 부교수로 갈 수 있었던 것은 로즈 교수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핵융합연구소를 창설, 책임을 맡게 되었다.

이 연구소는 나중에 스타워스로 불리는 우주전략방어(SDI)의 주연구소로 부상했다. 미국원자력위원회와 미국과학재단의 파격적인 연구지원을 받으며 연구에 전념했다.

정근모 장로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한국전력공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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