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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그들은 왜 정치를 하나? ②
[[제1615호]  2018년 10월  20일]

사실 세계역사상 가장 강한 정당들은 민주주의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전체주의 국가의 정당들이었다. 구소련의 볼셰비키가 주도한 공산당이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나치당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정당이 강한 까닭은 그러한 정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무국이 중앙뿐만이 아니라 모든 지방행정구역마다 둬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적 당료가 당무를 책임지는 다수의 직업정당인을 조직적으로 선발하고 교육시켜서 전국적으로 파견하는 당료관료화가 불가피하게 된다. 그들이 처음에는 선출직 각급 당 기관 책임자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다가 나중에는 그들이 당의 조직을 장악하고 당을 지휘하게 된다. 반면에 가장 정당이 약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상원 및 하원)의 후보선출을 매 임기마다 모두 유권자인 당원이 직접 결정하고 정당은 단순한 사무적 일만 맡아 한다. 그렇게 된 것은 모든 선거직의 정당 후보를 어설픈 여론조사나 비민주적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예비선거라는 제도를 통해서 당원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그처럼 복잡한 까닭도 따지고 보면 당원들이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청난 비용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미국 하원의원의 임기를 4년이 아닌 2년으로 하고 있는 이유는 임기가 길어지면 국민의 심부름꾼이 국민들의 의사와 요구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우리나라처럼 가족을 선거구에 남겨두고 수도에는 자기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 미국만이 아니다. 내각책임제를 하는 독일의 국회의원의 대부분도 가족은 선거구에 두고 우리로 치면 원룸 같은 곳에서 기숙하다가 거의 주말마다 선거구에 꼭 돌아간다. 따라서 그런 나라 국회의원에게는 우리나라처럼 운전기사와 대형차를 위한 국고지원은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은 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라고는 하나 그 직업에 따라오는 권위, 예우, 수입 등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임신양명의 상징처럼 되다보니 국민을 대변하려는 의무감이나 책임감 같은 것은 간데없고 자신의 인격이나 자격유무에 상관없이 출세도 하고 생계문제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언제나 지망생으로 가득 찬다.

이처럼 본말이 전도되어도 공천을 받거나 당선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국회의원의 당선여부는 그가 선거구민을 위해서 얼마나 잘 대변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표했는가 하는 주민의 평가보다는 지역감정의 텃밭으로 길들여진 정당만 보고 찍는 우리 국민의 투표행태 덕분에 공청만 받으면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 따라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정당에 대한 충성도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그들의 모든 충성을 선거구민이 아니라 그가 속한 정당에 다 바친다는 말이다.

이런 판국에 부지런히 입법 활동을 통하여 국민의 복지향상이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도모하기 보다는 그들이 이 좋은자리를 영구히 지키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그들만의 의제(agenda) , 야당은 빼앗긴 정권을 다시 쟁취하고 여당은 잡은 정권을 놓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작성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는 정치(사실 이것은 정치도 아니다)로 골몰하는 사람들로 여의도가 비좁을 지경이다. 원래 그들은 입법을 하라고 해서 우리가 뽑은 사람들이었으나 입법을 하려면 선거구에 내려가서 민심을 살피고 이것저것 선거구민의 골치 아픈 민원(또는 청탁)을 들어야 하고 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조사나 연구가 필요한데 비해서 그들만의 의제는 상대방을 헐뜯고 모략하고 중상하는 인격살인전(the character assassination)’에 참여만 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어려움이 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연봉 15,000만원의 좋은 수입으로 가장 좋은 지역에 살면서 좋은 음식 먹고 좋은 친구들과 가끔은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즐기는 삶. 골치 아픈 입법 작업보다는 이것이 그들이 국회의원이 되고자 했던 원래 목적이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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