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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입법보다 더 중요한 국회의 일은 없다 ①
[[제1616호]  2018년 10월  27일]

인류가 생활공동체를 형성한 이후 공동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결과적으로 권력을 필요로 했다. 그 권력이 제도화된 것이 정부이며, 그 정부의 형태를 우리는 1인에 의한 통치를 왕정제, 소수의 특정인들에 의한 통치를 귀족제, 그리고 다중 즉, 백성 모두가 스스로 다스리는 체제를 민주제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주의적 통치가 그 대세를 이룬 근대사에 이르기 전까지는 주로 1인제 또는 소수의 특권층에 의한 통치가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돌이켜 보면 인류는 긴 역사를 통하여 오늘의 민주주의통치까지 실로 길고도 험준한 길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본보기로 인용하는 이른바 선진국들도 처음부터 민주주의통치를 한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에서 잠시 실험한 민주주의시대 이래 국가의 권력도 당연히 그 수요에 따라 강력화, 대형화, 집권화로 이어졌고 그것은 중세기의 암흑시대로 이어지다가 문예부흥, 종교개혁, 그리고 프랑스혁명과 미국의 독립선언 등 주로 구미에서 시작되어 갖은 고난, 박해, 역경을 겪으면서도 인류는 고비 고비마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 인권과 평등을 위해서 싸웠고 이러한 가치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 세계로 펼쳐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으로 갈 필요도 없이 우리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5천년 역사 가운데 1948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닌 정치체제에 의해 통치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짧은 70년이라는 헌정사를 돌이켜 보면 수많은 정변과 혁명으로 얼룩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왜일까?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너무나 멀고 높은 반면 우리가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은 한 없이 모자라고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 중심에 지금 우리의 의식과 습관 속에 오천년간 뿌리 깊이 자라온 비민주주의적 요소가 아직 다분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가장 으뜸 난 예가 민주정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법에 의한 통치’(the Rule of Law)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법에 의한 통치가 왜 중요한가 하면 민주주의 통치의 가장 핵심적 요소는 국가의 질서를 폭()력에 의해 지키려하기보다는 법률에 의해서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헌법기관이 되는 까닭이다. 한 나라의 기본법인 헌법에 국가권력을 논함에 있어서 제일 먼저 거론 되는 기관이 입법기관인 국회이다. 국회가 중요한 것은 법을 만드는 기관이기 때문이기도 하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이란 잘 만들지 않으면 우선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할 이유는 그래야 그 법을 지켜야 할 국민들의 법률준수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흔히 법을 지키는 사람들은 처벌이 무서워서 지킨다고 말하나 그것은 그 지켜야 할 법이 자신에게 그다지 지키기에 큰 손해를 끼치지 않을 때를 말하는 것이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비록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그 법이 달성하려는 목표(교통질서)에 자신이 비교적 쉽게 동의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법은 지켜야 할 국민이 그 입법취지에 동의하고 그 내용에 대부분 그다지 큰 불만이 없이 동의할 때에 잘 지켜진다는 말이다. 만약에 사람들은 그들이 지켜야 하는 법이 그 목적이나 그 내용에 있어서 부당하게 자신의 생명, 재산과 같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위협하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그 법의 불복종으로 인한 손실(처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그런 부당하지 않은법을 만들 수 있을까? ‘부당하지 않은입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부당하지 않은 입법이 무엇인가를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확보하는 일이라 하겠다.


조창현(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정치학교수,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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