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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
[[제1623호]  2018년 12월  22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먼 옛날에 일어났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확실하게 기억되는 마음이 아주 푸근한 친구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는 직장에 다니다가 뜻이 있어 부인과 돌이 갓 지난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왔고 때때로 만났던 친구였다. 장학금 외에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아르바이트로 택시를 운전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이브에 택시를 부르는 고객이 있어 어떤 노인 아파트로 갔단다. 미국 사람 같지 않게 아담한 체구에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조신한 자세는 나이는 꽤나 들었지만 언뜻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할머니였다.

그가 지정한 병원에 가서는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고는 병원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나와서는 이제는 어떤 교회를 가자고 하였다. 교회를 가는 차 안에서 방금 들렀던 병원은 퇴직한지는 꽤 되었지만 자신이 평생을 일한 직장이었고, 지금도 건강검진 등은 계속해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는 교회는 결혼식도 했고, 아들의 세례도 받는 등 지금까지 평생을 다녔던 교회라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몇 년 전에 남편을 사별했고 아버지와 불화해서 집을 나간 아들과도 거의 왕래가 없다는 말을 할 때는 몹시 쓸쓸해 보였다.

그가 조용하게 변두리에 있는 한 공원으로 가 보자는 말에는 거부할 수 없는 간절함이 묻어 있어 아무 소리도 못하고 차를 몰았다. 한가한 공원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는 추억어린 눈으로 조심스럽게 돌아보았다. 그 후에 다시 차에 타고는 꽤나 유명한 백화점으로 가자고 하다가 그곳을 지나 어떤 수수한 식당에 차를 세우고는 함께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제는 그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거절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순순히 그와 식당에 들어와 음식을 먹게 되었다. 그는 방금 지나온 백화점에서 몇 년 전에 남편이 결혼 기념으로 선물을 사 주었는데 그 후에 얼마 안 지나 남편이 사망했다고 슬픈 목소리로 회상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멀리 사는 며느리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와서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자기도 곧 재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지금까지 아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에 버티고 있었던 아파트도 정리하고 새해부터는 양로원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오늘은 자신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일생의 족적을 되밟아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짜증내지 않고 자기의 뜻대로 따라준 것을 감사하며, 이제는 식사를 마치면 그냥 가라고 말하면서 택시비라고 50달러가 든 봉투를 내미는 것이었다. 집에는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 걸어간다는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아파트까지 모시겠다고 말하고 운전을 했다. 집 앞에서 내린 그는 택시비가 많이 모자랄 것이라고 미안해하면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런 그를 안아주면서 더욱 건강하시라고 말 하면서 “Merry Christmas”라고 인사했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왔다. 집에 가서 부인에게 오늘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에 계신 어머니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힘들지만 이 역경을 잘 지나자고 서로가 다짐했다. 그날 요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색다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 그 친구는 말했다.

그런 따뜻한 마음을 지녔기에 목표했던 학위를 받고, 성공한 인생을 살았고, 이제는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갑자기 이번 성탄절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졌다. 오랜만에 전화나 한 번 해 봐야지.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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