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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7호]  2019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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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늙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제1627호]  2019년 1월  19일]

뒤엔 상수리나무 가득한 숲이 앉아 있고, 얕은 개울물이 어깨 너머로 흐르는 곳에 격자창이 화폭처럼 조화를 이룬 ㄷ자형 기와집을 짓고 당신과 같이 살아보고 싶어/마당엔 사계절을 모두 심어 놓을 거야,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나서 보았던, 교정의 목련나무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백나무도 그루 심고, 대문 옆엔 대추나무도 그루 심어 놓을 거야이곳에서 사계절이 피고 지겠지, 우리와 같이/매일 새벽잠 없는 , 투덜거릴 당신 입맞춤해 깨워서, 뒷숲으로 산책을 나갈 거야, 개울물 소리 햇살 자갈이 부서지는 소리, 들으면서 말이야, 가끔 비가 오면 우산을 함께 쓰고 걸어도 좋을 거야/당신도 나도 그때쯤이면, 눈가에 잔주름이 제법 깊게 패어져 있겠지? 아마 곱고 후회 없는 아름다움일 거야/조금은 늦은 아침, 당신이 좋아하는 헤이즐넛과 함께하고 싶어, 이때 우리가 좋아하는 가곡을 틀어 놓고, 잉크 냄새가 가시지 않은 신문도 읽을 거야/가끔은 앨범을 뒤져 빛바랜 추억을 들춰보며 같이 웃을 수도 있을 거야/자줏빛 노을 스며들 때쯤, 당신의 무릎을 베고, 아이처럼, 자장가도 불러 달래야지, 귀지를 달라고도 볼까?/아마 세상 이처럼 넉넉한 평화로움은 없을 거야/ 늙으면, 당신의 굽은 등과 거친 손을 잡고, 가끔은 눈물 흘릴지도 몰라, 그땐 당신의 주름 잡힌 이마에, 아주 깊고 뜨거운 입맞춤을 거야, 병약했던 그리고 아이, 안아주고 감싸주고 위로해 주느라 힘들다 말조차 하지 못했을 당신의 아픈 가슴을 그렇게라도 위로해주고 싶거든, 사랑하기에도 아까웠을 시간들에, 죽음과 이별이 두려워 감히, 사랑한다 말도 함부로 하지 못하였노라며 그때의 어리석음을 얘기할 거야 그래도 당신 알지?/겨울이 오면 겨자빛 올이 고운 스웨터 벌을 사서 당신의 고왔던 어깨를 감싸줘야지, 은베이지색 숄을 함께하면 어울릴 거야/예쁜 털모자도 하나씩 나눠 쓰고, 간판마저 그럴싸한 강변 찻집에도, 한번 나가 거야, 노을빛이 곱게 녹아내린 시간쯤, 집으로 돌아온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봄엔 당신 즐겨 입는 연보라색 점퍼와 하얀색 실크 스카프 둘러쓰게 , 우리 처음 만나 눈빛만으로도 뜨거웠던 학교 교정으로 , 꽃잎 분분히 날리는 목련 아래서, 다시 당신에게 열정 그대로의 사랑 고백을 거야/가을엔 향기 가득한 코코아 보온병에 가득 담아들고, 낙엽도 밟으러 봐야지, 졸참나무 가지 늘어진 공원 벤치에 앉아 다람쥐들 얘기도 들어보고, 배경 예쁜 곳에서 사진도 찍어, 거실 한편 액자에다 담아둘 거야, 가끔 서점에 들러 좋아하는 시집이랑 책을 아름 사서 당신과 내가 꾸민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낯익은, 서재로 가서 옛날처럼 당신의 고운 목소리로 시를 읊어 달래야지/아이들로부터 전화도 종종 걸려오겠지? 그럴 당신과 지난 이야기로 밤을 새우기도 하고 싶어, 둘이서 보내는 밤은 어쩌면 아름다울지 몰라/ 늙으면 가끔 오늘 시간이 그리울 때도 있을 거야, 그땐 저녁노을 내려 곱게 비친 댓돌에 당신 꼬옥 부여잡고 처음 당신을 만나 사랑을 알았고 당신과 생을 같이 하며, 당신만을 사랑했고, 죽어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을 다시 만나 오늘과 같은 시간 속에서 사랑으로 같이 하길 바란다고 말할 거야/진실로 당신이 곁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아름다운 생을 눈물로써 감사하며 기도드릴 거야/ 늙으면 이렇게 당신과 살고 싶어(허성욱/ 늙으면)

우리나라 노인들이 이렇게 유종의 (有終之美) 거둘 수만 있다면 최고의 인생을 것이리라. 소박하지만 정도 축복을 누리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김형태 박사

<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

더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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