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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부시대통령의 눈물
[[제1656호]  2019년 9월  7일]

조지W. 부시(George Walker Bush, 1946~ )는 미국의43대 대통령이다. “조지 부시” 하면그의 재임기간 중에 치렀던 지루한 이라크와의 전쟁을 떠올리게 된다이라크전쟁을 생각하면 부시 대통령이 알카에다 두목인<오사마 빈 라덴>을 집요하게 추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비정한 장면들이 우리의 뇌리를 스쳐가게 된다당시 온 세계가조지W. 부시눈물도 피도 없는 매우 냉혹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했었다.

이라크 전쟁 당시부시 대통령의 이름조지 더블유 부시를 두고 미국 한인사회에서 재미있는 유머가 오갔던 기억이 난다우리말의 어휘 중에조지다라는 말이 있다언뜻 듣기에는 비속어(卑俗語)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우리말 큰사전』에도 나와 있는 건전 어휘항목이다. “조지다의 뜻은 단단히 단속하다. []: “입이 가벼운 그 녀석을 한번 조져놓자.” 망치다. []: “그가 신세를 조졌다.”라는 예문이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영어의더블(double)’이란갑절두 배의 뜻이다다시 부시 대통령의 이름으로 돌아가서 그의 이름조지W. 부시를 우리말로 풀어서 한 줄로 늘어놓으면, “조지고 더블(두배)로 부시자는 말이 된다이 말은 당시 재미한인들 사이에 부시 대통령이 인정도 사정도 없는 몰인정한 사람이라는 말을 빗대어 유행하던 말이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은 그가 재임(2001~2009) 중이던20079월 『뉴욕타임즈』의 로버트 드레이퍼(Robert Draper, 1959~ )프리랜서 기자와의 대담에서나는 신()의 어깨에 기대어 많이도 울었다(I have got God's shoulder, and have cried a lot.)”고 고백하였다그가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온 세계의 비난을 받았지만 그에게는 눈물도 있고 따뜻한 피도 흐른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우리는 힘들 때우리가 기대어 울 수 있는어깨가 필요하다어린 시절에는부모의 어깨에 기대어 울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우리는친구의 어깨에 기대어 울게 마련이다어느 통계를 보니 장수(長壽)의 제일 조건은 마음속의 고민거리를 마음껏 털어놓고 그의 어깨에 기대어 울 수 있는 친구를 자주 만나는 것이라고 하였다.

신영복(申榮福, 1941~2016) 교수는 그의 글 『담론』에서친구를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친구와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라고 했다한 사람이 비를 맞고 있을 때우산을 받쳐주는 친구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억센 비바람을 맞으며 고통을 당할 때그 비바람을 함께 맞아 줄 친구를 찾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오래 전대전극동방송의 중견 여자아나운서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그의 가까운 여고동창생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유명(幽明)을 달리하게 되었다그 친구의 남편은 미국 동부의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으로 그렇게 빨리 가기에는 참으로 아까운 사람이었다부음(訃音)을 듣고 빈소가 마련된 병원의 장례식장으로 정신없이 달려가서 친구를 보는 순간위로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본능적으로 터져 나오는 대로이걸 어떡해?” 하는 외마디를 던지고 친구를 와락 끌어안고 한동안 큰소리를 내어 울기만 했다.

한참 후에 서로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상을 당한 친구의 말인즉슨, “실컷 울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구나아까 여고동창 아무개가 다녀갔어그 애가 뭐라는지 아니? ‘네 남편은 하나님이 사랑하셔서 빨리 데려가신 거야.’ 하는데 소리 나지 않는 총이 있으면 쏴죽이고 싶더라어쩌면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쉽게가볍게 말할 수가 있니?”

장례식장을 찾아간 두 친구의 우정에서 진정성의 차이를 보게 된다먼저 온 친구가우산을 들어준 친구라면 뒤에 와서 함께 울어준 친구는함께 비를 맞아준 친구라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우정과 관련하여 작은 진정성의 차이는 남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만 그 말을 듣는 당사자에게는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

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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