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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8호]  2019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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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제1657호]  2019년 9월  14일]

조선 말엽 서도(書道)의 대가 추사(秋史김정희(金正喜, 1786-1856) 선생을 아는 사람이라면 혹시 그의 독특한 글씨체인 추사체는 구별하지 못한다 해도 후대의 전문가들이신품(神品)'이라 일컫는 그의 유명한 그림세한도(歲寒圖)’를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추사는23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그의 관직이 이조참판(吏曹參判)과 형조참판(刑曹參判)에 이르렀으나 경주 김씨인 그의 부친 김노경(金魯敬)이 안동 김씨와의 세력다툼에 말려들어 안동 김씨의 원한을 산 일이 있었는데10여 년이 지난 훗날안동김씨 문중의 김홍근(金弘根)이 대사헌(大司憲=문무백관의 기강을 바로잡고 임금의 잘못을 간하던 사헌부의 우두머리)에 임명되자이 문제가 재론되면서 사건의 당사자인 윤상도(尹尙度부자는 능지처참(陵遲處斬=몸을 여섯 부분으로 찢어서 각지에 보내어 여러 사람에게 구경시키던 대역 죄인에게 행하던 최대의 형벌)을 당하였고 그때의 상소문(上疏文)을 추사가 초안했다 하여 추사 김정희도 목숨을 건지기 어려운 형편이었으나 그의 가까운 친구인 영의정 조인영(趙寅永)의 도움으로 형()이 감일등(減一等)되어 제주도로 유배당하여 가니 그는9년이라는 긴 세월을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보내게 된다.

비록 그가 대죄인의 몸으로 위리안치(圍籬安置=유배지에서 도망하지 못하도록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죄인을 가둠)의 처지이기는 하지만 속절없는 세상인심을 뼈저리게 느끼던 중당시 조정의 통역관으로 중국을 무시로 드나들던 그의 제자 이상적(李尙迪)이 유배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스승에 대하여 시종여일 애정과 정성을 기울여 준데 대하여 추사는 감동을 하고 제자의 변치 않는 절개를 칭찬하여 그려서 보내준 그림이 바로 이 《세한도》이다이 그림의 제목인세한(歲寒)’이란 음력설을 전후로 몹시 추운 혹한(酷寒)을 일컫는 말인데 공자가 《논어》에서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추운 겨울을 지나고 난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뒤에 시드는 것을 안다)”라고 말한 고사를 추사가 인용하여 이 그림의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이 그림은 국보 제180호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세로와 가로가 각각23cm x 61cm이니어른 손으로 한 뼘세 뼘에 불과한 자그마한 수묵화(水墨畵)이다아담한 초가집 한 채와 그 우측으로 소나무 두 그루좌측으로는 잣나무 두 그루가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지극히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고나머지 공간에는 단정한 해서체(楷書體)로 제자 이상적에게 보내는 제문(題文)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그 제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대가 지난해에 만학집(晩學集)과 대운산방(大雲山房)을 보내주었고 올해에 또 황조경세문편(皇朝經世文編)을 보내주니 이런 일은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 아닐 것일세더구나 이것을 천만리 먼 곳에서 구입하였고그것도 몇 해씩이나 걸려서 처음으로 얻었으니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로다. —[중략]. 공자가 말하기를추운 겨울을 당한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뒤에 시드는 것을 안다.'고 하였으니 송백(松柏)은 사계절을 일관하여 시들지 않음일세추운겨울 이전에도 한 그루의 송백이요추운겨울 이후에도 한 그루의 송백이거늘 성인(聖人)이 추운 겨울 이후의 송백을 칭찬하였으니 이제 그대와 나와의 관계는 귀양전과 귀양후가 더하고 덜함이 없도다.” —[하략].

그 후에 이상적은 연경(燕京)에 가면서 추사가 그려준 《세한도》를 남몰래 짐 속에 깊숙이 넣어 가지고 갔다연경에서는 그가 청나라의 유명한 유학자들로부터 연회에 초대를 받았는데 식사가 끝난 다음 서화에 대한 담론이 시작되자《세한도》를 꺼내어 책상 위에 펼쳐 놓고 많은 학자들로부터 송시(訟詩=공덕을 찬양하는 시)를 받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귀국하는 길로 다시 유배지의 스승에게 보낸다그 송시와 찬사를 받은 날추사는 밤중에 혼자 일어나 앉아서 유배소 울타리의 탱자나무 가시에 걸린 달을 쳐다보면서 유명한 한 마디를 되 뇌이고 있었다. “내가 결코 사람을 잘못 보지는 않았구나!”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

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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