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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8호]  2019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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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인종차별 이야기
[[제1660호]  2019년 10월  12일]

대학1학년 때 배우던세계문화사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와 있었다인도에서의 일어난 이야기이다어떤공동 우물'에 귀족계급인브라만계급'의 한 어린 아기가 빠졌다아기 엄마는내 아이 좀 살려 달라'고 울며 아우성인데 우물이 깊어 모두들 발만 동동 구를 뿐아무도 우물 속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이때 그 곁을 지나던 천민계급인수드라족'의 청년 하나가 이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어린애를 구하기 위하여 겉옷을 벗고 우물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 청년의 모습을 바라 본 애기 엄마는 아직까지아이를 건져 달라'고 아우성치던 울부짖음을 멈추고 갑자기 싸늘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이 청년의 팔을 잡아 낚아채며 하는 말인 즉슨, “네 놈의 더러운 손이 우리 아이의 몸에 닿게 하느니 차라리 우리 아이를 우물 속에서 죽게 내버려 두겠다.”고 하였다.

브라만(성직자)크샤트리아(왕족/무사)바이샤(평민)수드라(하층민4등급으로 구분되는 인도의 『카스트(Caste)제도』의 비정하고 참담한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일화이다당시 나는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면서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가 있을까 하는 충격으로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하였다. “인간계급에 대한 혐오가 사람의 생명보다 우선하는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에서 공부할 때, ‘사회언어학(Socio-linguistics)'이란 과목이 있었다그날의 주제는인종차별의 문제였다외국학생이 많았던 클래스에서 각자가 미국에서 경험한 인종차별에 대하여 열을 올리며 발표하고 있었다외국인들이 미국이라는 사회에 대하여 불만을 터뜨리면서 각자의 사례를 발표하였다특히 아랍계의 학생들이 지도교수에게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공격적으로 불평을 토로하고 있었다.

지도교수가 나를 지명했을 때나는 특별히인종차별'이라고 느낄 만한 경험이 없었다다만 그곳 이발소에서 있었던 사례가 떠올랐다. 80년대 초이발료가15달러였는데 유학생에게는‘15달러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불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었다면도와 머리감기를 생략하고 머리만 자르면 이발료는10달러였으므로머리만 자르겠다'고 하면서1달러를 팁으로 지불하였는데 머리에 잔뜩 붙어 있는 잔 머리털을 털어주지 않는다.

머리를 잘라준 여자이발사에게 솔이나 헤어드라이어로 머리칼을 털어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손바닥 정도 크기의 수건을 주면서 수돗가에 가서 본인이 물을 적셔 머리털을 스스로 닦아내라는 것이었다그때 그 이발사의 얼굴 표정이 마치 마주 대하기 싫은 짐승을 대하는 표정이어서 이게 바로인종차별'이구나 하고 느꼈던 경험을 털어놓았던 기억이 있다.

인종차별의 사례에 대한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대부분 흥분해서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기 때문에 강의실의 분위기가 매우 미묘해 질수도 있었을 터인데 동양 여인의 정서가 풍기는 미국인 할머니 카이트 교수는 모든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시종 미소를 잃지 않고 수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강의실 분위기는 여전히 진지하였다.

지도교수는 수업이 끝나갈 무렵에 다음과 같은 말로 그날의 수업을 마무리 하였다. “여러분의 인종차별의 사례를 잘 들어 보았습니다아직도 미국에 인종차별이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압니다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계적인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그래도 인종차별이 가장 적은 나라 중의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지도교수의 말을 듣고 상당수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

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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