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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올 추석엔 오지 마, 괜찮어”
[[제1707호]  2020년 10월  17일]

 

지난 달 하순 D일보 1면에는 다가올 추석 명절에 정부가 당부하는 사회적인 거리두기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역임한 석주(石洲이상룡(李相龍, 1858~1932) 선생의 현손(玄孫)인 이창수(55씨의 금년도 추석명절 계획과 관련한 기사가 나와 있었다.

선생의 집안은 500년의 역사를 가진 경북 안동의 유림(儒林명문가로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대부 집안이었다일제 강점기에는 일가가 항일운동에 투신해 11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집안이라고 한다오랜 전통의 명문가인 만큼 제례(祭禮)의 규모나 절차가 성대하고 까다로운 집안이었다그런데 이 집안에서 명절 차례(茶禮)문화는 사라진지 오래고 후손 李氏는 26년 전인 1994년부터 모든 제사를 광복절 하루에 지내고 추석차례는 벌초 대행 후, 10월 말 산소를 찾는 것으로 대신하여 왔다고 한다.

이씨 집안의 간소화된 제례문화는 코로나상황에서 현명한 예법 절차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그 집안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대목이다특히 금년에는 어느 때보다도 못된 전염병으로부터 가족과 친지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인 만큼 집안에 환자가 있을 때는 물론이고 연세가 많은 어른이 계시다면 외부인과 대면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요양시설에 계신 어르신을 찾아뵙는 것도 가급적이면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고 본다

올 추석 명절에 정부에서는 가족과 함께 하는 명절” 대신 가족을 위하는 명절을 당부하고 있다우리나라 방역 당국은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추석 연휴를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하고 귀향이나 성묘를 위한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비대면 추석명절'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준 셈이다

지난 8월 13일부터 40여 일 동안 연일 세 자리 수를 유지하던 신규확진자 수효가 지난 9월 하순 82두 자리 수로 내려온 것은 낭보(朗報)라 하겠지만 최근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 사례가 27.4%에 이르러 개천절과 추석 명절을 전후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비롯하여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일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객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과 고향에 계신 부모님 사이에 관심사가 예년과 크게 다르다고향에 계신 부모들이 객지에 있는 아들며느리를 위하여 다양한 플래카드를 만들어 고향마을에 걸어놓은 것을 볼 수가 있다. *[충남 청양] “불효자는《옵》니다.” *[전남 보성] “아들며느리야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 깨~” *[경남 함양] “사랑하는 딸아들아올 추석에는 오지 말고 건강이나 단디 챙겨라.” *[전남 완도] “애들아이번 벌초는 아부지가 한다너희는 오지 말고 편히 쉬어라 잉~”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에 보낸 편지를 읽다보니 그 내용이 못된 바이러스 역병(疫病)으로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평화로운 일상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듯하다바울은 한동안 떨어져 있던 데살로니가 교회에 다시 가기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써 내려 가고 있다. “형제들아우리가 잠시 너희를 떠난 것은 얼굴이요마음은 아니니너희 얼굴 보기를 열정으로 더욱 힘썼노라(살전2:17).” 

데살로니가 교회는 바울이 많은 환난 가운데서 개척한 교회였다그런데 바울은 그곳에 잠시 동안 머물며 복음을 전하다가 그곳을 떠나야만 했다사도 바울의 전도를 박해하고 훼방한 유대인들의 핍박으로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었다그를 훼방하는 사탄의 세력이 무너지는 날이 도래(到來)해야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를 다시 방문할 수 있듯이 추석 명절에 고향에도 못 가고 속 태우는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현대판 사탄이 어서 물러가야 우리가 잃었던 일상을 다시 회복할 수가 있을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비대면의 폭이 갈수록 넓어지면서 가족 사이에도 벽이 생기고직장동료나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도 만나기가 부담스럽게 되었다는 사실이다팔월 한가위 때마다 우리가 노래하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노랫말은 옛이야기가 되었다기원하건대 올해와 같은 비대면 추석 명절은 금년 한 해로 족하고 더 이상은 없었으면 좋으련마는!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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