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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천사, 사탄, 루시퍼
[[제1210호]  2009년 12월  19일]

선하신 하나님께서 악한 사탄을 만드셨을리가 없는데, 그렇다면 사탄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사탄의 기원에 관한 질문은 교회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문제이다.

“사탄은 원래 천사였으나, 하나님과 같아지려는 교만 때문에 하나님께 반역의 죄를 지어 타락했고, 사탄이 되었다.” 이것은 널리 보급된 성경사전에 나오는 설명이다. “마귀(사탄)는 타락한 천사장이다. 하나님보다 높아지려다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어느 중진 목사님의 설교 말씀 중 한 구절이다.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서구교회에서는 ‘타락한 천사’의 이름을 ‘루시퍼’라고 밝히기도 한다.

‘타락한 천사’가 사탄이 되었다는 설명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갖고 있어 교부신학자 터투리안(Tertullian, 서기 155~220)까지 소급해 올라간다. 그는 사탄의 유래에 관하여 이렇게 설명했다. “사탄은 원래 천사들 중에서 높은 위치에 있던 천사였다. 그런데 하나님이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 대로 만드시고, 인간에게 창조세계를 다스릴 권한을 주신 것을 보고(창1:26~27), 참을 수 없는 질투심을 느꼈다. 결국 그는 뱀의 모습으로 변해서 인간을 유혹해서 타락시켰다.”

그런데 중세시대에 와서는 ‘타락한 천사’의 이름이 ‘루시퍼’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그 근거는 이사야 14장 12절에 나오는 ‘계명성’(금성)을 라틴어로 번역할 때 ‘루시퍼’라고 한 데서 생겨난 것이다. 원래 ‘루시퍼’는 라틴어로 새벽하늘에 빛나는 금성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세시대에는 ‘루시퍼’가 타락한 천사의 이름이 되고 말았다.

사탄의 기원에 관한 논의에서 의례히 인용되는 전거(典據)는 이사야 14:12의 말씀이다. ‘루시퍼’(금성)가 땅으로 떨어졌다는 말씀이다. ‘타락한 천사 루시퍼’의 이야기를 서구인들의 머릿속에 넣어준 사람은 14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Dante)였다. 그는 인류 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신곡’ (Divine Comedy)에서 ‘타락한 천사 루시퍼’이야기를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그 후 17세기 영국이 낳은 위대한 시인 존 밀튼(John Milton)은 ‘실낙원’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늘날도 영문학도들이 필독서로 읽고 있는 대서사시 ‘실낙원’은 타락한 천사장 루시퍼 이야기를 서구인들의 머릿속에 완전히 각인시켜 주었고, 오늘날도 사탄의 기원에 관한 권위 있는 설명이 되고 있다.

그러면 문제의 이사야 14:12의 말씀이 사탄의 기원을 설명하는 전거가 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이사야의 말씀이 타락한 천사가 사탄이 되었다고 하는 설명의 전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

그러면 이사야 14장 말씀의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이사야 13장~23장까지 말씀의 주제는 이스라엘 주변의 이방나라들에게 선포하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중 14장의 말씀은 바벨론왕을 향해 주신 말씀이다. 이것은 14장 4절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너는(이사야) 바벨론왕에 대하여 이 노래를 지어 이르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세상을 호령하던 바벨론왕, 하늘에 빛나는 금성(루시퍼)과 같은 존재였던 바벨론왕이 결국 몰락하여 땅에 떨어져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다.


박준서 목사<경인여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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