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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장마당에서 사형식②
[[제1461호]  2015년 6월  6일]


가뜩이나 비좁은 골목길은 양쪽으로 늘어선 장사꾼들 때문에 엉덩이를 돌리기도 힘들고 얼다가 만진창길은 흙이 진득진득 묻어 다니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참담한 심정으로 농민시장 안에 들어서니 그곳은 그래도 울타리 바깥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다. 더욱더 사람들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는 것은 중국 조선족 장사꾼들의 행세이다. 자기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땅에 왔지만 조국이 못살고 굶주리니 원주민들을 형편없이 깔보는 것이었다. 하기는 별을 달았다고 우쭐거리며 세도가 하늘을 찌르는 안전원들과 보위원, 검열원들까지도 역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중국에서 나온 장사치들 앞에서 알랑거리니 조선족 장사꾼들의 세도가 하늘을 찌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였다.

중국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을 찾아 여기저기 중국인 매대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시장 안이 술렁거리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를 몰라 두리번거리는데 안전원들이 나와 장사하는 사람들과 사러 온 사람들을 모두 시장 한쪽으로 몰았다. 사방에서 호루라기 소리와 사람들을 쫓는 소리가 들끓고 영문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장사꾼들은 속이 콩알만 해졌다. 물건을 회수하러 나온 안전부 집중 검열대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한쪽에 정열시키니 잠시 후에 화물자동차에 죄수들 50여 명을 실어다가 차거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게 했다. 여자 죄수들도 꽤 되었는데 처녀들도 있었다. 영하 20-30를 감도는 추위에 별로 걸친 것도 없이 맨땅에 끓어 앉은, 삐쩍 마른 그들이 죄에는 관계없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정말 죄를 지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장 안은 삽시에 살기가 넘치고 물건을 사러 왔던 사람이나 물건을 팔던 사람이나 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마른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는데 조금 언덕진 곳에 기역자로 된 받침대를 내다가 세우는 것이었다. 조금은 정보 수집이 빠른 한 남자가 귓속말로 오늘 여기에서 교수형을 한답디다"라고 말하였다.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그 사나이한테로 집중되자 그는 짧은 혀가 걱정이 되는지 제꺽 말꼬리를 흐리었다. 조금 있더니 승용차들과 수인용 차가 도착하고 승용차 안에서는 배가 불룩 나온 간부들이 내리고 수인용 차에서는 60여 세 정도나 보이는 송장이나 다름없고 왜소한 사나이가 끌려 나왔다. 아마도 그가 오늘의 주인공인 모양이었다. 다 꿰진 더럽기 그지없는 누더기를 대강 걸치고 뼈에다가 가죽만을 씌운 것 같은 누렇게 뜬 얼굴은 해골 같았고 머리카락은 희끄무레한 색깔이어서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를 양쪽에서 안전원(경찰) 계호원들이 팔을 끼고 있어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지만 푹 떨어뜨린 머리를 보나, 축 늘어진 자세를 보나 가만히 놓아두어도 한 시간 이상을 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이애란 박사<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탈북여성 박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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