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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변재만 회장 쓰러지다 <18>
[[제1197호]  2009년 9월  12일]

 

변재만은 조규식을 사장급 기획조정 실장으로 전격 발령낸다


혼자 남아 있는 조규식을 향해 변재만은 또 다시 똑같은 지시를 한다.

“규식아, 혹시 임원 중에 스파이가 있어서 엿듣는 놈이 있을는지 모르니 넌 문 밖을 나가서 살펴보그라.”

조규식은 병실 문을 열고 누가 엿듣는지 확인하고 다시 복도 먼 곳까지도 살핀 후 아무도 없음을 변재만에게 알린다.

 

“규식아, 그래 권총 구하는 것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냐?”

“저와는 사관학교 동기생이고 지금 군단장 직에 있는 친구와 내일 저녁 약속을 했습니다.”

“잘 됐다. 돈 아낄 필요는 없다.”

“회장님, 통증이 그렇게도 심하십니까?”

“너는 그 통증을 경험하지 않아서 모른다. 어제 밤에도 통증으로 진통제 주사를 맞았으나 전혀 통증이 멈추지를 않았다.”

“회장님, 내일 저녁은 친구 김기철 장군과 만나기 때문에 병문안을 올 수가 없습니다.”

“병문안이 무엇이 중요하다는 거냐? 너는 빨리 권총 구하는 것에만 전념해라.”

“알겠습니다. 회장님.”

다음 날 조규식은 김재순 부회장에게 오늘 퇴근 시에는 병문안을 갈 수가 없음을 알렸다.

 

“조 상무, 무슨 이유로 오늘 병문안을 갈 수가 없다는 거요?”

“그저 개인적인 급한 일이 생겨서 갈 수가 없습니다.”

“회장님에게도 말씀 드렸소?”

“예, 회장님께도 말씀 드렸습니다.”

“조 상무, 그런데 개인적으로 회장님과 단둘이서 무슨 중요한 상의를 하고 있소?”

“회사 업무관계가 아닌 개인적인 일에 관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무슨 일이요? 내가 알면 안 될 일이요?”

“아닙니다. 그저 회장님 고향에서 약간의 처리할 문제를 상의한 것뿐입니다.”

 

김재순은 회사의 업무에 관한 일이 아니라는 조규식의 말에 다소 안도는 된다. 그러나 역시 조규식이 지금 그에게 무엇인가 약간은 감추는 듯한 말투에서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변 회장과 조규식 상무 사이에 분명히 무엇인가 쑥덕거리는 일이 있는데 그 이상 조규식에게 물어 볼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날 저녁 조규식이 빠진 전 임원진이 변재만에게 병문안을 갔을 때였다. 변재만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폭탄선언 같은 조처를 내린다.

“임원진 여러분, 나가 말이요 신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내리는 조처이니 임원진 일동은 내 말에 조금도 오해 없기를 먼저 말씀 드립니다.”

변재만이 무슨 중대한 발표를 할 때는 항상 이렇게 거창한 서두를 끄집어 내놓는 습관이 있었다. 경어를 쓰면서 거창한 서두로 말을 시작하는 것으로 미루어 봐서 상당히 중대한 발표를 할 거라고 예상한 임원진 일동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한다.

 

“나가 하고자픈 조처는 회사의 인사이동이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내 병이 완치되려면 상당히 장기간 입원을 해야만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도 나왔소. 물론 나가 요로큼 입원하고 있는 중이라 하더라도 김재순 부회장과 여러분들이 일사불란하게 회사 일을 잘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소. 그러나 회사의 일을 능률적으로 하기 위해서 약간의 인사변동을 해야만 하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요.”

모두는 숨을 죽이고 변재만의 다음 말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변재만은 그간의 투병생활로 몰라보게 야윈 몸이지만 그가 임원진을 바라보는 눈에는 광채가 있고 날카로운 그 눈빛에 누구도 변재만과 눈을 마주치기 두려워한다.

 

“여러분 나는 오늘부로 조규식을 대동건설의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하고 그 직위는 최고 수석 사장급으로 발령하겠소. 여기에 대해서 무슨 이의가 있소? 기탄없이 말씀들 해보시오.”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변재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임원이 있겠는가? 병실 내는 숨이 막힐 듯한 정적이 한동안 유지됐다. 대동건설은 철저히 변재만의 개인 회사이다. 대동건설 내에서는 변재만에게 생사여탈권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재만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것은 곧 회사 내에서 죽음의 길을 자청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 누구도 변재만의 지금 선언을 최종적 결정으로 승복하고 그 누구도 번복할 수가 없는 것으로 인정해야만 한다. 그래서 모두는 숨막히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윽고 김재순이 나선다.

 

“저를 포함한 임원진 일동은 회장님의 현명한 처사에 어떠한 이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내 뜻에 따라주니 고맙소. 앞으로의 모든 회사서류 결재는 반드시 조규식 기조실장의 결재를 득한 후 발효되는 것으로 하겠소. 물론 최종 결재야 여기 계시는 김 부회장께서 결재하는 것이지만, 조규식 실장의 지시사항 또는 그의 결정은 곧 나의 지시사항 또는 내가 내리는 결정과도 같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따라서 내일부터는 조규식 실장 앞에 가서 각 부서의 현황을 상세히 브리핑해서 그가 업무를 빨리 파악하도록 최선을 다 해주기 바라오. 모두는 내 말의 뜻을 알겠소.”

 

“예, 알겠습니다.”

“오늘 내가 결정한 인사 조치는 조규식 사장은 아직은 모르고 있소. 그러니 김 부회장, 앞으로 조규식 사장을 많이 도와서 회사 업무 파악에 지장이 없도록 해 주시오.”  “예, 회장님.”


장석윤 장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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