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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자살방조죄 <2>
[[제1199호]  2009년 9월  26일]

 

김기철 중장은 조규식에게

자살방조죄를 저지르겠느냐고 겁을 준다


“김 형, 우리 회장님이 권총으로 자살하겠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네. 그 이유를 설명하겠네.”

“아니, 설명 듣고 자시고 할 가치도 없네. 도대체 자네 회장이란 분이 나이가 몇 살쯤 됐는가?”

“지금 73세이네.”

“오래 살았구먼. 혹시 그 영감탱이 치매기가 있는 것 아닌가?”

“치매기라니? 아직도 정신이 맑고 기억력과 판단력도 대단하신 분이네.”

김기철은 생각한다. 조규식 저 친구도 대동건설 회장 밑에서 일하더니 회장을 닮아가는 모양이군. 회장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비정상적 인간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 조규식도 비정상적 언동을 쓰고 있는 것이다.

 

“조 형, 그 회장이 권총으로 자살하겠다는 이유를 한 번 말해 보게나.”

“앞으로 잘 해야 4개월 또는 길어봤자 6개월 정도 밖에는 살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회장이네. 그런데 위암 말기의 통증이 너무나 지독해서 6개월 더 사느니 깨끗이 권총으로 자살하는 것이 더 편하겠다는 이유로 권총 자살을 생각하게 된 것이네.”

“그 영감이야 권총으로 자살하면 통증의 고통도 없고 편하겠지. 그러나 조형 자네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내가 어떻게 하라니 무슨 말인가?”

 

“권총으로 자살했으면 그 자살에 사용한 권총의 출처가 추궁될 거고 또 그 권총을 구해 준 사람은 누구냐고 당연히 수사를 하게 될 것 아니냐 이 말이야.”

“그거야 원래 우리 회장이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던 권총이라고 하면 될 것 아니겠는가?”

“조 형, 자네는 어떻게 세상만사를 그렇게 순진하게 보는가? 대한민국 수사기관이 그렇게 엉성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만약에 나를 의심한다면 나야 강력히 부인하면 될 것 아니겠는가?”

“규식이 너 정말 답답한 친구구나. 너도 잘 알다시피 권총에는 일련번호가 다 있어서 당장에 권총의 출처가 밝혀진다는 걸 넌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김기철은 답답한 조규식을 향해서 아예 ‘야자’를 하면서 그의 순진함을 지적한다.

“규식아! 너 그 회장인지 정신이상자인지 하는 그 영감탱이가 권총으로 자살하게 되면 너는 자살방조죄로 걸리게 되고 나도 너와 함께 공범이 되는 거다.”

“자살방조죄라니…?”

“야, 자살방조죄는 형사 입건되는 거야. 나도 이제 이 육군중장 계급 정년도 앞으로 2년 남았다. 제발 부탁하는데 조용히 2년 후 계급정년 되어서 군에서 예편되도록 나를 좀 배려해주라.”

 

“그게 무슨 소리야?”

“나야 너를 돕고 싶지. 네가 꼭 권총이 필요하다 하는데 소위 3성 장군이 그까짓 권총 하나 구해줄 수가 없겠냐? 그러나 그 영감이 자살하고 나서 수사기관에서 권총의 출처를 수사하게 되면 당장에 그 권총은 내가 빌려준 것으로 나타날 것 아니야. 그러면 나도 자살 공범으로 입건되어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형을 받게 되면 예편 후의 연금도 몰수당하고 지금까지의 나의 군 경력이 모두 허사가 된다는 말이다.”

“기철이 네가 결코 그렇게 돼서는 안 되지.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냐?”

“규식이 너 교회 나가냐?”

“안 나간다.”

“그러면 절에도 안 나가냐?”

“불교도 안 맏는다. 왜 나에게 교회나 절에 나가느냐고 묻는 거냐?”

 

“네가 교회나 절에 나가면 그 영감 빨리 죽으라고 기도를 하던지 절에 가서 부처님께 빌라고 물은 것이다. 규식이 이 답답한 친구야, 내 말 잘 들어. 차라리 느그 영감탱이가 일주일 내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일주일 동안 적당한 구실 붙여서  아직 권총을 구하는 중이라고 이유를 대면서 시간을 끌다가 회장이 죽으면 모든 상황 끝나는 것 아니냐 이 말이다.”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내일이라도 회장 주치의를 찾아가서 느그 회장 언제쯤 죽게 되느냐고 물어보란 말이야. 그래서 한 달 후에 죽을 것 같다고 하면 한 달간 권총을 못 구한 구실을 적당히 만들어 시간을 끌라는 말이다. 내가 너에게 자살방조범이 되지 않는 방법까지도 일일이 설명해 줘야만 하겠냐?”

 

김기철과 조규식은 50대의 중견 고급장교라는 직위를 떠나서 마치 열아홉 또는 스무살 나이의 사관생도 시절로 돌아간 듯한 말투로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다. 이래서 육사 동기생이라는 것은 나이나 계급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같은 사관생도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 같다. 조규식도 일단 주변의 상황을 판단하게 되면 결심도 빠른 친구이다.

 

“기철아, 권총을 구해서 영감에게 자살을 하도록 품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포기하는 것으로 하겠다.”

“그래, 결심 잘 해서 고맙다. 요즘은 총기 단속이 심해서 권총 실탄에도 일련번호가 있기 때문에 수사하게 되면 금방 권총 실탄의 출처도 밝혀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내가 권총을 꼭 구하고 싶다 해도 너를 어떻게 군법회의에 회부시켜 불명예 예편을 시킬 수가 있겠느냐? 절대로 그럴 수는 없지.”

 

장석윤 장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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