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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獄中에서 어머니에게(下) - 심 훈
[[제1201호]  2009년 10월  17일]

 

고랑을 차고 용수를 썼을망정


어머님!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하여 몸을 벌떡 솟치더니 “여러분!”하고 큰 목소리로 무거이 입을 열었습니다. (중략) 그러나 우리는 마침내 그의 연설을 듣지 못했습니다. “여러분!” 하고는 뒤 미쳐 목에 가래가 끓어 오르기  때문에….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 같아서 어느 한 분이 유언할 것이 없느냐 물으매 그는 조용히 머리를 흔들어 보이나 그래도 흐려가는 눈은 꼭 무엇을 애원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소청을 들어줄 그 무엇이나 우리가 가졌습니까?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이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그 날에 여럿이 떼지어 부르던 노래를 일제히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첫 절도 다 부르기 전에 설움이 복받쳐서 그와 같은 신도인 상투달린 사람은 목 놓아 울더이다.

어머님!

그가 애원하던 것은 그 노래인 것이 틀림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최후 일각의 원혼을 위로하기에는 가슴 한복판을 울리는 그 노래밖에 없었습니다. 후렴이 끝나자 그는 한 덩이 시뻘건 선지피를 제 옷자락에 토하고는 영영 숨이 끊어지고 말더이다.

그러나 야릇한 미소를 띤 그의 영혼은 우리가 부른 노래에 고이 고이 싸이고 받들려 쇠창살을 떠나서 새벽 하늘로 올라갔을 것입니다.(중략)

어머님!

며칠 동안이나 비밀히 적은 이 글월을 들키지 않고 내어 보낼 궁리를 하는 동안에 비는 어느덧 멈추고 날은 오늘도 저물어 갑니다. 구름 걸린 하늘을 우러러 어머니의 건강을 비올 때 뒤의 신록은 담 밖에 더욱 아름답사온 듯 먼 촌의 개구리 소리만 철창에 들리나이다.(끝) 


동서고금의 여러 옥중서신을 읽을 수 있었지만 ‘심 훈의 옥중서신’은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작가요 기자답게 서신의 내용이 사실적이며 시적인 미문에 속한다. 감내하기 힘든 감옥에서 한계상황에 놓였을 때도 그의 의식은 매우 의연한 지성인의 정의감이 감성의 필치로 호소하고 있는 것이 더욱 인상적이다.


박이도 장로<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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