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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자살방조죄 <4>
[[제1201호]  2009년 10월  17일]

 

하룻밤 자고나니 사장이 된 조규식


조규식이 사장이 됐다는 소식을 듣자 그가 일차적으로 한 일은 변재만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 가서 모든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조규식이 병원에 가기 위해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려고 하자 회사 수위가 급히 경례를 붙이더니 “사장님 어디를 가시려고 합니까?” 하고 묻는다.

“병원에 가려고 주차장에 가는 중이오.”

“사장님, 전용차가 밖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뭐요? 내 전용차라니…?”

 

“사장님 전용차인 에쿠스가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고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자동차 키를 나에게 줘야지요”

“아닙니다. 사장님 전용차의 운전기사로 신영식 기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장님! 저를 따라 오십시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조규식은 앞서가는 수위가 재빨리 문을 열어주는 고급 자동차의 뒷좌석에 탔다. 자동차가 조용히 출발하자 수위는 멋지게 거수경례를 붙인다. 오랜만에 연대장 시절이 생각났다. 그러나 아직 조규식은 자신이 사장이 됐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조규식이 변재만의 병실에 들어서자 변재만은 반갑게 조규식을 맞이한다.


“규식이 왔냐?”

“예, 회장님.”

“너 사장이 된 기분이 어떠냐?”

“회장님, 제가 감히 어떻게 대동건설의 기획실장 겸 사장이 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 소리 말어. 니가 뭣이 부족하다고 사장이 될 수가 없다는 거냐? 너는 누구보다도 훌륭히 사장직을 수행할 수가 있을 것이다.”

“회장님, 저에게 사장직을 맡기신 회장님의 깊은 뜻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무슨 뜻이 있어서 저에게 그 막중한 사장직을 수행하라고 임명을 하신 것입니까?”

 

“대동을 살리라는 뜻이다. 내 자식 놈은 전혀 사업에 흥미도 없고 또한 나도 그 놈에게 사업을 인계할 의사는 추호도 없다. 임원 중에서 나의 후계자를 생각해 봤는데 대동을 살리고 유지할 사람은 너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이것은 나의 소망이고 명령이기도 하다. 니가 거절하지 말고 사장직을 수행해다오. 나는 너에게 나와 똑같은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토록 하겠다.”

조규식은 생각한다. 대동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자기를 임명했다면 조규식으로서는 변 회장의 말을 거절할 수가 없다. 조규식은 결코 사장이 되겠다는 야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회장님의 취지를 잘 알겠습니다. 신명을 다 해서 대동을 살리고 유지토록 하겠습니다.”

“고맙다. 내가 죽은 후에라도 나의 생애를 바쳐 창업한 이 대동의 이름만은 영원히 유지되는 것이 나의 유일한 소망이었다. 니가 대동의 노조를 완전히 장악한 것을 보고 너만이 대동을 지켜낼 수가 있으리라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대동건설 운영의 비결이란 회사의 사익을 위해서는 일사불란한 명령체계의 확립에 있다. 간혹 내가 즉흥적으로 결심하고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할는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나는 단 하나의 지시를 내릴 때도 과연 이것이 시행이 가능한가를 몇 번이고 생각한 후에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일단 지시를 내렸으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성취하도록 밀어붙이는 것이 나의 지금까지의 경영 원칙이었다.”


조규식은 변재만의 나름대로의 경영철학을 듣자 과연 이 늙은 영감이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변 회장은 비범한 사나이다. 저런 머리와 추진력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대동건설을 창업하고 성장시킬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규식아!”

“예, 회장님”

“니가 사장인 된 것에 대해서 몇몇 임원들 중에서는 크게 반발할 것이다. 그들을 어떻게 너의 수하로 다스리고 복종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나는 무어라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니가 잘 알아서 처리하도록 해라.”

“회장님의 말씀 명심토록 하겠습니다.”

“너의 사장 임명건에 대해서는 오늘은 그만 이야기하고. 그래 권총은 구해 왔느냐?”

“회장님, 아직 구하지 못했습니다.”

“어째서?”

“요즘 군에서 총기관리가 보통 심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총기에는 고유번호가 있어서 함부로 유출하기가 어렵습니다. 고유번호 등록이 되지 않은 권총을 찾아야만 하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립니다.”


조규식은 김기철 장군이 최대로 시간을 끌어서 자살방조죄에 연루되는 것만은 피하라는 그의 지연 전술에 따라서 그러한 이유를 붙인 것이었다.


“등록되지 않은 권총을 구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필요로 하는고?”

“회장님, 최소한 한 달의 시간은 주셔야만 되겠습니다.”

“한 달이나? 그렇게는 안 돼! 규식아, 일주일 내로 구해 오도록 해! 권총을 구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사용하도록 해! 아 참, 오늘부터는 니가 사장이 됐으니 권총 구하는 데 필요한 돈은 니가 경리부에 지시해서 얼마든지 쓰면 되겠다.”

“회장님, 지시대로 일주일 내로 구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장석윤 장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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