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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자살방조죄 <16>
[[제1214호]  2010년 1월  23일]

 

변재만은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자살용 권총을 다시 구해오라 엄명을 내린다


지난 줄거리

맨손으로 대동이라는 재벌 그룹을 이룩한 변재만 회장. 그는 실질적으로 정규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변회장 앞에 대령으로 예편한 조규식이 나타나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변재만은 위암 말기라는 선고를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변재만은 참을 수 없는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차라리 자살의 길을 택하기로 결심한다. 이제는 그의 후계자가 된 조규식에게 변재만은 자살을 위한 조처를 지시한다.


변재만은 참기 힘든 통증으로 시달릴 때마다 이렇게 몇 달 더 연명해서 사는 것이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하는 짙은 회의를 더욱더 심하게 느꼈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통증의 강도도 심했고 통증의 빈도도 자주 발생했다. 모든 내장을 생칼로 도려내는 듯한 지독한 아픔을 견디고 나면 변재만의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이렇게 통증으로 고통받는 변재만을 간병하다 보면 이경숙은 마치 자신이 통증으로 시달리는 것처럼 함께 괴로워했다.

 

“회장님, 조금만 참으세요. 주사를 놨으니 곧 진통이 될 것입니다” 하면서 위로한다. 이경숙이 전속으로 간병을 시작한 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새벽 2시경에 지독한 통증이 또다시 엄습해 왔다. 진통제를 맞고도 2시간이 지나도록 통증은 멈추지 않았다. 겨우 진정된 것이 새벽 4시가 지나서였다. 변재만은 통증으로 흘린 땀을 정성스레 닦아주는 이경숙에게 “경숙아, 미안하다. 나 때문에 니가 이렇게 고생을 하니 말이다.”

 

“회장님, 말로는 표현 못하는 통증이라는 것, 저도 잘 알아요.”

이경숙은 뼈와 가죽만 남은 변재만의 손을 잡고서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이경숙의 진심은 차라리 젊은 내가 대신해서 변재만의 고통을 지고 싶은 심정이다.

 

“경숙아,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뭔데요?”

“너 내가 준 조규식 사장 전화번호 메모해 놓은 것 가지고 있지?”

“네. 회장님.”

“조 사장에게 지금 전화해서 당장 내 병실로 오라고 해라.”

“지금이 새벽 4시인데요?”

“괜찮다. 내가 오라고 하면 당장 달려올 사람이다.”

이경숙은 조규식에게 전화를 한다. “사장님, 죄송해요. 이렇게 곤히 주무시는데 전화를 드려서 말이예요.”

 

“누구십니까?”

“저 회장님을 간호하는 이경숙 간호사입니다.”

“예? 이경숙 간호사라고요? 회장님께 무슨 변고라도 생기신 것입니까?”

“회장님께서 통증으로 한숨도 주무시지 못했어요. 진통제를 계속해서 놔 드렸는데도 통증이 2시간이나 계속 되면서 멈추지를 않았어요.”

“경숙 양, 제가 지금 회장님 병실로 바로 가겠습니다.”

“사장님, 그렇지 않아도 회장님께서 지금 사장님을 부르고 계셔요.”

“회장님께는 바로 출발한다고 말씀 드리세요.”

 

조규식은 급히 자동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가슴이 철렁한다. 오죽이나 통증이 심하면 이 새벽에 회장님께서 나를 찾으실까. 지금 입장에서 조규식은 자신이 변재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이다. 병원에 도착하자 그는 병실로 달려갔다. 이경숙은 진통 끝에 땀으로 젖은 변재만의 팔과 손 그리고 가슴 부위를 찬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회장님, 통증으로 잠 한숨 못 주무셨다는 것을 이경숙 간호사로부터 들었습니다.”

“규식아, 이제는 통증이 좀 멈췄다. 너를 이렇게 새벽에 부른 것 미안하게 생각한다.”

“아닙니다. 회장님. 제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그저 송구스럽습니다.”

조규식은 이경숙이 변재만의 땀을 닦아주는 모습을 보고 더욱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몇 달 전만 해도 그렇게 건장했던 몸이 이제는 뼈와 가죽만이 남았으니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지독한 투병생활을 했을까 생각하니 변재만을 무슨 말로 위로해야 좋을지 조규식은 막막하기만 하다. 변재만은 이경숙에게 “경숙아, 나가 말이다 조 사장하고 긴히 할 이야그가 있은께로 너는 잠시만 옆방에 가 있어줄래?” 이경숙은 급히 변재만에게 환자복을 고쳐 입히고 밖으로 나간다.

 

“규식아!”

“예. 회장님.”

“아무래도 안 되겠다. 니가 오늘 저녁이라도 권총을 구해와야만 하겠다. 이렇게 하루 이틀 더 연명한다 해서 사는 의미가 무엇이 있겠느냐?”

오죽 통증이 심하면 오늘 중으로 당장 권총을 구해 오라고 말씀하실까…, 조규식은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이다.

 

“회장님, 알겠습니다.”

“부탁이다. 니가 권총 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찌 난들 모르겠느냐. 참으로 어려운 부탁이라는 걸 나도 잘 안다. 더욱이 너는 나의 후계자로서 절대로 자살방조죄 같은 형사범죄를 피해서 권총을 구해 오려고 하니 더욱더 그 일이 어렵다는 것을 낸들 어찌 모르겠느냐? 그러나 니가 나를 도와줘야만 하겠다. 오늘 저녁이라도 이 목숨 하나 끊으면 주변의 모든 사람을 더 이상 괴롭힐 일도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권총을 반드시 오늘 밤까지는 구해서 가져오겠습니다.”

 

장석윤 장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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