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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자살방조죄 <18>
[[제1216호]  2010년 2월  6일]

 

대동그룹의 자회사 사장들이

조규식에게 반기를 들 조짐이 나타났다

 

권총 자살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조규식의 설명에 변재만은 짜증을 내면서 그에게 힐문조로 반문하다. 그러나 조규식은 이에 맞서면서 권총 자살의 처참함을 더욱더 강조한다.

 

“회장님, 군에서 보유한 권총의 구경은 캘리버45입니다. 이 말은 실탄의 직경이 무려 0.45인치라는 뜻입니다. 1인치가 얼마입니까? 2.5센티미터가 아닙니까? 이렇게 탄환의 직경이 큰 실탄으로 머리를 향해서 발사하게 되면 회장님의 머리와 얼굴 절반이 날아가 버리게 됩니다. 회장님이야 숨이 끊겼으니까 아무런 의식과 감각도 없으시겠지만 회장님의 시신을 수습하는 가족과 대동의 간부들이 회장님의 처참한 시신을 어떻게 처리 해야만 하겠습니까? 그러니 권총 자살만은 절대로 안되겠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재고해 주십시오.”

 

아무리 과거에 직업군인 출신이었고 지금 이 자리가 권총으로 자살하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변재만 자신도 조규식 ‘이 놈, 혹시 냉혈동물 아니야?’ 하는 생각마저 들도록, 머리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을 때의 처참한 광경을 이렇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냉철하게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자살하겠다는 당사자를 앞에 놓고 총구를 심장을 향해서 발사하겠느냐, 또는 머리에 대고 발사하겠느냐 하는 말을 저렇게 태연자약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견딜 수 없는 통증이 엄습해 올 때는 당장에 권총으로 자결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어느 정도 통증이 사라지면 그래도 이렇게 끔직한 결과를 초래하는 권총 자살을 상상하게 되면 누구나 재고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상태이다. 조규식도 어떻게 해서든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만은 피하자는 것이 그의 의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구실을 만들어서 시간을 끌어야만 한다. 시간을 끌다 보면 변재만 스스로가 자살을 포기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지금 조규식의 노림수이다.

 

“규식아, 심장을 향해서 실탄을 발사 했을 시 실패할 확률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닙니다.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 할 확률이 큽니다. 일본 수상을 지낸 ‘도조 히데키’, 이 자가 자살하기 전에 의사에게 찾아가서 자신의 심장부위를 먹으로 둥글게 표시를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정확하게 심장부위를 쏘았으나 탄환은 빗나갔습니다.”

 

“머리에 쐈을 때 탄환만 깨끗이 관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회장님, 30년간 저의 군대 생활에서 총기로 자살한 시체를 많이 봤습니다. 그 중에서도 머리가 박살이 난 시신은 차마 눈으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다른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

“회장님이 가장 편하게 운명하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으니 일주일만 저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규식아, 일주일이다. 일주일 이상은 절대로 안 된다.”

이렇게 조규식은 일주일의 시간을 벌자 다음에는 무슨 방법으로 자살을 회피하는 구실을 만들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일주일의 시간을 번 것은 조규식에게는 그래도 한숨을 돌릴 수 있는 다행한 성과였다.

 

대동그룹은 대동건설이 모회사이자 지주회사이다. 그리고 그 산하에는 4개의 자회사가 있다. 산하 회사는 대동엔지니어링, 대동중장비, 대동레미콘, 그리고 대동주택건설 이렇게 4개의 계열사이다. 자회사는 전적으로 모회사의 출자로 설립됐고 회사의 운영면에서도 사업비 지출과 영업 이득은 모회사인 대동건설로 환수된다. 따라서 의사결정권, 인사권, 예산집행 등 운영에 대한 것은 전적으로 모회사의 권한에 속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요즘 변재만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자 자회사 사장들이 모회사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영업이득이 비교적 우수하고 수주량이 많은 대동 엔지니어링과 대동주택건설의 반발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그들의 주장은 영업방식에서 전적으로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며 모기업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조규식으로서는 종전의 중앙통제하의 운영방침을 고수하지 않는 한 그는 한낱 허수아비 사장으로 전락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자회사의 반기를 수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향후 조규식이 명실공히 실권을 쥐고 대동그룹을 운영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의 기로에 직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재순 부회장이 이들 자회사 사장과 야합하여 조규식에게 반기를 들 기미를 포착했다. 조규식은 이렇게 야합한 김재순을 자회사 사장단으로부터 떼어놓고 자신의 편으로 돌려놓아야만 이번 사태를 수습할 공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새로운 자살방안과 시행도구를 가져기로 한 일주일이 가까운 어느 날, 조규식은 회사가 당면한 어려운 사정을 변재만에게 털어놨다.

 

“회장님, 지금 회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자금 사정이냐?”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슨 어려움이 특별히 있겠느냐?”

“사실은 자회사 사장들이 김재순 부회장님과 짜고서 대동그룹을 분열시킬 조짐이 있습니다.”

 

변재만은 이 말에 신음소리를 낸다. 자살을 앞둔 변재만이 회사에 이렇게 관심이 있는 줄은 조규식도 미처 깨닫지 못 했다. 어떤 심리학자는 말했다. 자살을 하는 사람은 사실은 생을 포기했기 때문에 자살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지독히도 살고 싶어서 자살의 길을 택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모순된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의 잠재의식에는 이러한 모순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종종 철없는 애들이 나타내는 행동에서 이러한 관찰의 결과를 볼 수가 있다.

 

장석윤 장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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