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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자살방조죄 <22>
[[제1220호]  2010년 3월  13일]

 

계열사 차영철 사장은 구체적 비리의 증거를 대라고 억지를 부린다

 

차영철 사장은 조규식이 계열사의 인사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자신을 불렀다는 말에 불쾌하기도 했지만 섬뜩한 기분도 들었다.

“인사문제라니요? 조 사장님, 아까도 말씀 드린 것처럼 계열사의 인사문제는 계열사 내부에서 처리할 문제이니 조 사장께서는 관여하시지 않은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계열사 말단사원의 인사문제가 아니라 계열사 간부사원의 인사문제여서 부득이 본사 차원에서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요? 도대체 무슨 인사문제를 본사에서 관여하시겠다는 것인지 한 번 들어나 봅시다.”

“한 번 들어나 보자고요? 그렇게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아닐 텐데요…. 아무튼 말씀드리지요. 계열사의 간부급 인사 몇 놈 모가지를 자르기 위해서는 차 사장과 꼭 상의하고 당사자의 동의를 사전에 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조 사장! 계열사 간부사원 모가지를 자르겠다 하셨소? 이것 반 협박조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사람 불러다 놓은 것 같은데 어디 무서워서 이야기나 제대로 하겠소.”

“꿀릴 것 없으면 무서워 할 것 없으니 지금부터 하는 내 말이나 잘 들으시오.”

 

“어디 이야기나 들어보자 하지 않았소.”

“차 사장, 대동주택건설 사장 하면서 상당히 단물, 꿀물 많이 드시면서 개인적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소.”

“그게 무슨 말씀이오?”

“내 입으로 꼭 당신 재미보고 있다는 말을 해서 내 입을 더럽혀야만 하겠소?”

“조 사장님이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쭈, 아까는 조 사장 하면서 반말조로 이야기하더니 왜 갑자기 어조를 공대하는 거요? 남자라면 초지일관해서 이야기하세요.”

“말씀 빙빙 돌리시지 말고 알아듣기 쉽게 요점을 말씀해 주세요.”

“어허, 내 입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 했는데…. 요점을 이야기하라 하니 당신네들이 나를 평가한대로 나야 무식한 군인 출신이니 무식하게 이야기하겠소.”

“....?”

“당신 지난 5년간 계열사 사장하면서 해도 해도 너무 많이 해 처먹었더만. 그러면 쓰나. 어느 정도껏 해 처먹어야지.”

 

“사장님, 무슨 증거라도 가지고 말씀 하시는 겁니까?”

“증거없이 이런 이야기했다가는 당신에게 맞아죽게요?”

조규식은 그간 주기영과 박진구 노조 조직국장이 은밀하게 대동주택건설 사장과 그의 임원들이 저지른 비리를 조사한 보고서류를 만지작거리며 뒤적인다. 이것으로 차영철 사장은 파랗게 질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차영철은 아직은 구체적 증거 없는 수소문에 의한 조규식의 협박쯤으로 생각하고 더 버틸 심산이다.

“조 사장님, 이건 중대한 문제입니다. 특히 저에게 많이 해먹었다 말씀하셨는데 근거 없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저도 결코 묵과하지 않겠습니다.”

 

“묵과하지 않겠다면…?”

“명예훼손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

“차 사장, 그렇게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이 불명예스럽게도 하청업자들에게 한두 번도 아닌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아먹고 있어? 뇌물 받아 잡수시는 것이 명예스러운 행동이란 말인가? 무식한 군인 출신, 나같은 놈의 머리로는 자꾸만 혼돈이 생기는데 차 사장님이 명예는 뭐고 뇌물 받아 잡수시는 것은 뭐라는 것을 나에게 구체적으로 설명 좀 해주시오.”

 

차 사장은 자신의 비리에 대해서 조규식이 은밀히 조사한 사실에 대해서 소름이 끼치도록 진저리가 났다. 그러나 구체적 증거를 자신의 코앞에 제시하지 않는 한 끝까지 버티는 것이 지금의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취할 최후의 방어책이라 생각한다.

“조 사장님, 저는 전혀 기억에도 없는 말씀을 하시니 구체적 증거를 저에게 제시해 주십시오. 생사람 잡지 말라는 뜻입니다.”

“기억에 없다? 당신이 무슨 정치인이요? 그리고 여기가 청문회 자리나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인데 지난 주 하청업자 김순기 사장으로부터 현찰 5백만 원 받아 잡수신 것도 기억이 안 나십니까? 일주일 전 일조차 기억을 못 한다면 어떻게 그 막강한 주택건설업무의 사장직을 수행할 수가 있겠소?”

 

“…”

“차 사장, 당신 구체적인 증거물 좋아하는 모양인데 여기 하청업자 김순기 사장이 직접 쓴 그간의 뇌물공여 진술서를 보여 드릴까요? 이건 해먹어도 너무 많이 해먹었구먼! 얼마나 억울하게 당했으면 뇌물제공자가 자필진술서에 서명 날인까지 했을까? 뭐 하청업자가 한두 개 업체가 아닌데…. 아무튼 이만하면 구체적 증거물이 되겠습니까? 차 사장님.”

차 사장은 도저히 이 마당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할 수가 없는 상황임을 깨닫는다. ‘내가 조규식 사장, 이 자를 너무나 얕잡아 봤다.’ 차영철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춘다. 그리고 조규식 앞에서 고개를 떨어뜨린다.

“조 사장님, 제가 실수했습니다. 대동주택건설 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일생일대의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차 사장, 뇌물 받은 것은 형사범인데 어떻게 회사경영의 실수라고 말하시오?”

 

장석윤 장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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