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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자살방조죄 <24>
[[제1222호]  2010년 3월  27일]

 

변재만은 이경숙의 진심어린 성경말씀에 대해서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경숙은 일생에 단 한 번도 교회에 나가본 적이 없는 변재만을 상대로 성경 말씀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일자무학의 농부에게 고등수학을 설명하는 것이 더 쉽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변재만의 초점에서 벗어난 질문에 대해서 답변 대신 침묵의 길을 택한다. 변재만은 속으로, 자신이 성경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해서 이경숙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몹시 미안하게 여긴다. 그러나 변재만은 이 세상 사람들이 성경에 적혀 있는 대로 살다가는 이 험악한 경쟁사회에서 굶어죽기 딱 좋겠다는 현실적 생각을 갖는다.

 

“경숙아, 내가 너에게 말이다. 하나님이 하셨다는 말씀이 적혀 있는 성경책에 대해서 너무나 노골적인 질문을 한 것 같아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기분 상했으면 화 풀어라. 사람은 마땅히 너처럼 착하게 살아야지. 그랬으면 오죽 좋겠냐. 그런데 말이다. 이 사회는 너처럼 착한 사람을 가만두지 않고 모조리 잡아먹으려고 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내가 도가 튼 사람이다. 강한 놈이 등쳐먹으려고 하면 약한 놈은 안 빼앗기려고 몸부림치고 그러다 보니 이 사회는 끊임없이 모함하고 싸우고 고발하고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 이것이 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이다. 너도 앞으로 조금만 더 살다보면 내가 한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경숙은 냉엄한 현실사회의 약육강식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인간의 잔인성과 비도덕성에 대해서 설명하는 변재만의 말을 깡그리 무시한다. 그리고 다시 성경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변재만에게 들려준다.

 

“회장님, 성경에는 선지자와 예언자를 통해서 하나님이 하신 말씀도 기록되어 있지만 또한 하나님의 독생자이신 예수님에 대한 행적도 기록되어 있어요.”

“그것 참 희한한 책이로구나.”

“회장님도 성경책 한 번 읽어보시겠어요?”

“아니다. 나는 눈이 침침해서 책을 읽지도 못하지만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행적 등을 읽기에는 나가 말이다 너무나 죄를 많이 지어서 자격 미달된 인간이다. 그래서 성경책은 읽지 않을 작정이다. 그러니 나에 대해서는 너무 상관하지 말고 너나 많이 읽고 하나님의 복을 많이 받도록 하여라.”

 

변재만의 성경에 대한 태도나 하나님의 말씀에 관한 반응이 매사에 이렇게 삐딱하니 이경숙으로서는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한 인간의 영혼이 천하보다 더 귀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죽음을 앞둔 늙은 영혼이 너무나 완고해서 하나님이 약속하신 구원의 은총을 끝내 외면하고 죽는다 생각하니 이경숙은 먼저 믿은 사람으로서 전도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경숙은 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결심을 다시 한 번 맘속에 굳힌다. 이경숙은 다정하게 변재만의 손을 잡으면서 속삭이듯 말한다.

 

“회장님, 예수님을 영접하시면 암 같은 건 문제없이 고칠 수 있어요.”

“경숙아, 니 말은 고마우나 나는 틀렸다.”

“회장님, 신약성경 요한복음에 보면 죽은 나사로에게 예수님이 ‘일어나라 나사로야’ 하시니 이 한 말씀에 나사로가 벌떡 일어나 다시 살아난 기록이 있어요. 예수님은 하나님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시니 그분의 행적을 어찌 거짓으로 기록할 수가 있겠어요.”

 

“그거야 ‘나사로’는 예수님이 다시 살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살리셨겠지만 나같이 이 세상에서 못된 짓만 한 놈을 예수님이 수고스럽게 살리실 필요를 느끼시겠냐? 내가 예수님의 입장이 돼도 안 살릴 거다.”

“회장님 앞에는 구원의 길이 열려 있고 예수님만 영접하시면 암도 고칠 수가 있는데 왜 그렇게 부정적인 말씀만 하시고 자포자기하는 태도를 취하세요? 저는 회장님을 이해하려고 해도 이럴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냉혹한 현실의 처절한 경쟁사회에서 살아온 그의 험난한 생애가 변재만을 정서적 감정이나 종교의 신비 등은 철저하게 믿지 않는 목석같은 인간으로 만들었다. 변재만은 남보다 힘이 있어야 이 사회에서 이길 수 있고 힘이 없으면 강자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만 하는 힘의 물리적 현상만을 믿고 살아온 인간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성취해온 기업이 망하지 않고 영원히 건재할 수 있는 이제 자살하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 잠재의식 속에 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논리의 모순 같지만 지독히도 살고 싶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택하는 유일한 길을 그도 택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재의식의 지배를 받는 인간은 이러한 이율배반적 결과를 행동으로 나타내 보이게 된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에게는 두 가지 원초적 본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살겠다는 생존의 본능이요, 또 하나는 죽고 싶은 자살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변재만이 자살하겠다는 지금의 심리상태는 하나의 인간적 본능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이 본능적 충동은 이성이나 강압으로 만류할 사항은 결코 아니었다.

 

변재만은 새로 개발된 강력한 진통제 주사가 처음에는 다소 약효가 작용하는 듯했으나 횟수를 거듭할수록 약효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다시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밤마다 괴로워했다.

 

변재만은 조규식을 부른다. 권총이 됐든 무엇이 됐든 이제는 생명을 하루 연장하는 것은 고통만 가중하는 것이지 삶의 의미가 없다 하면서 그를 독촉한다. 조규식도 자살방조가 됐은 어떠한 처벌이 자신에게 가해진다 해도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있었다. 조규식은 그가 존경하는 변재만이 자살을 결심한 이상 가장 편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조규식은 자기가 존경하는 분 앞에서 자살의 방법을 논하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고 인간의 도리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장석윤 장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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