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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자살방조죄 <25>
[[제1223호]  2010년 4월  3일]

 

조규식이 구해 오는 복어알 매운탕을 먹고

자살을 결행하겠다는 변재만

 

조규식의 솔직한 심정은, 자신이 변재만을 대신해서 암에 걸릴 수 있다면 차라리 그 길을 선택하고 싶었다. 젊은 자신이 그래도 암의 통증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조규식도 이제는 자살방조죄의 처벌이 두려워서 시간을 끈다는 전술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변재만이 저렇게 통증으로 고통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이 세상을 편히 떠나게 하는 것이 진정 그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듯 아픈 심정이다.

 

조규식은 변재만이 편히 숨을 거둘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 지금 병실에 와 있다 생각하니 새삼스레 자기가 서 있는 자리가 현실인지 꿈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조규식은 변재만이 힘 없이 누워있는 침대 앞으로 조용히 다가간다.

“회장님, 제 친구 중에서 약학대학을 나오고 지금은 제법 큰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의 말이 회장님의 경우에는 복어알을 매운탕으로 끓여서 잡수시는 것이 가장 편하게 세상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뭐야? 너 복어 매운탕이라 했냐?”

 

“그렇습니다. 복어알 속에는 ‘테트라도톡신’(tetradotoxin)이라는 맹독 성분이 있어서 이 독성을 사람이 복용하게 되면 치명적 결과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말이 이 독성은 희한하게도 사람의 신경계통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극히 미소량을 섭취하면 진통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의 고전처방에는 말기 암 환자에게 극히 소량의 이 테트라도톡신 성분을 환자에게 투여하면서 통증이 가시도록 하고 일부 암의 치료 효과를 보이기도 한답니다. 또 하나 그 친구의 설명으로는 복어알에 있는 독성을 섭취하게 되면 바로 잠이 오면서 의식이 혼미해지고 조용히 숨을 거두게 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전혀 고통 없이 안락사를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규식아, 좋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빨리 복어알을 구해 오도록 하여라.”

“회장님, 이 복어알은 복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일식 식당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아 본 결과로는 복어 내장과 알의 폐기처분이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무엇이 그렇게도 까다롭다는 거냐?”

 

“복어에는 이렇게 치명적인 독성분이 있기 때문에 잘못 폐기처분했다가 인명 피해라도 발생하게 되면 큰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반드시 소각처분을 하게 되어 있고 입회인의 감시 속에서 소각처분을 한다고 합니다.”

조규식은 복어알을 구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약간은 과장하여 이야기를 꾸며 설명한다.

“대한민국에서 돈 가지고 안 되는 것이 무엇이 있냐? 니가 일식집 주방장을 구워 삶던지 돈을 한 다발 안겨주던지 요령껏 처신해서 내일 저녁까지는 복어 알하고 소주 두 병만 구해오도록 해라.”

 

“회장님, 내일 저녁까지 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나중에 수사기관에서 조사하게 되면 복어알 유출경로가 밝혀지게 됩니다. 그래서 주방장을 설득하고 은밀하게 복어알을 구해 오려면 최소한 일주일의 여유는 주셔야만 합니다.”

“그라면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

“오늘이 화요일입니다.”

“잘 됐다. 금주 토요일까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복어알을 구해 오도록 해라. 이경숙이 일요일이면 예배당에 간다고 해서 내가 토요일 저녁에는 간병 근무하지 말고 일찍 집으로 보내곤 했다.”

 

“토요일 저녁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렇다. 토요일 저녁 이경숙을 집으로 보내고 나서 니가 끓여주는 복어 매운탕하고 소주 한 잔 들이킨 후 이 세상을 깨끗이 하직하면 되겠다.”

조규식은 이런 경우 “회장님, 한 번만 더 재고할 수는 없겠습니까?” 하면서 만류하고 싶었다.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분의 목숨을 앗아가는 행동을 취할 수가 있단 말이냐? 세상에 나 같이 불행한 놈이 어데 또 있다는 거냐? 그러나 조규식은 변재만에게 자살을 재고하라는 말을 이 시점에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었다.

 

가장 존경하고 나를 진심으로 인정해 준 변재만 회장을 결국 내 손으로 보내야 한다 생각하니 자신의 운명이 너무나 잔인하고 미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을 유일하게 믿고 인간 최후의 길인 자살의 길을 도와달라는 변재만이 고맙기도 했다.

자신을 진정으로 신임하기 때문에 이런 엄청난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간 최대의 비극을 결행하는 데 있어서 유일하게 자기를 믿고 부탁하는 것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나를 인정한 유일한 분, 그 분을 위하는 길이다. 그 분이 진정으로 나에게 부탁하는 일이다. 그 분의 지시일진데 무슨 일인들 못 하겠는가? 존경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가 앞으로 당할 자살방조죄, 이까짓 것이 두려워서 망설일 수는 없다.

하루라도 빨리 복어알을 구해서 마지막 가시는 길에 이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복어알 매운탕을 내가 직접 끓여드리도록 하자. 이렇게 결심하는 조규식이었다. 조규식은 아무리 울음을 억제하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울먹이면서 말한다.

 

“회장님,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 토요일까지는 복어알을 구해 오겠습니다.”

“고맙다, 규식아. 그만 나가보아라.”

규식은 변재만에게 큰 절을 하면서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병실을 나간다. 이런 규식을 아무런 감정도 없는 듯 변재만은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다.

 

장석윤 장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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