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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靑瓷水甁(청자수병) - 구자운
[[제1225호]  2010년 4월  17일]

 

묘사에 심혼을 기울인 작품

 

아련히 번져내려

구슬을 이루었네.

벌레들 살며시

풀포기를 헤치듯

어머니의 젖빛

아롱진 이 水甁으로

이윽고 이르렀네.

눈물인들

또 머흐는 하늘의 구름인들

오롯한 이 자리

어이 따를 손가?

서려서 슴슴히

희맑게 영긴 것이랑

여민 입

은은히 구을른 부푸름이랑

궁글르는 바다의

둥긋이 웃음지은 달이랗거니.

아롱아롱

묽게 무늬지워 어우러진 雲鶴

엷고 아스라하여라

있음이어!

오, 저으기 죽음과 이웃하여

꽃다움으로 애설프레 시름을

어루만지어라.

오늘

뉘 사랑 이렇듯 아늑하리야?

꽃잎이 팔랑거려

손으로 새는 달빛을 줏으려는 듯

나는 왔다.

오, 水甁이여!

나의 목마름을 다스려

어릿광대

바람도 선선히 오는데

안타까움이야

호젓이 雨露(우로)에 젖는 양

가슴에 번져내려

아렴풋 옥을 이루었네.

 

묘사에 심혼을 기울인 작품이다. ‘오 있음이여!’ ‘오 水甁이여!’ 등 시의 대상에 대한 존재감을 불러 보는 것으로 이 시인의 작품에서 내적 동화작용이 일어난다.

*구자운(具滋雲~1926~?) 동양 외국어 전문대 노어과 수료.‘현대문학’ 추천(1957)

 

박이도 장로<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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