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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힘든 질문은 싫어요 - 전영경
[[제1230호]  2010년 5월  22일]

 

패배주의에 대한 해학

 

< 미칠 것 같은 밤이에요 죽고만 싶은 밤이구만 보기도 싫어요 선생님하고 앉아 있으면 답답하기만 해요>

 

선생님은 거짓말장이

흔한 세상의 애인같이 우리는 왜 못 그럴까요

저 음악이 좋지 않아요

속되지마는 꼭 마음을 흔드는군요

선생님은 거짓말장이 거짓말장이

창밖은 함박눈이 내리는데

선생님 우리 거리를 걸어요 나갈까 나가요

우리는 지긋이 눈으로 웃으면서 일어선다

가슴이 타는데

선생님 우리 아이스크림을 먹어요(중략)

오늘밤은 울고만 싶은 밤이구만

사쁜사쁜 눈길을 밟으면서

선생님은 거짓말장이 거짓말쟁이

달밤은 어때

달밤은 외롭고 쓸쓸하고 모르겠어요

비오는 날은 어때

비오는 날 밤은 어때

서로가 이해가 가는 밤이지요(중략)

오늘밤은 선생님하고 걸으니까 행복해요 선생님 사모님은 얼마나 행복하실까 선생님 선생님 제가 선생님의 동생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춥지 아니 인제 선생님 이야기 하세요

애리는 너무 순진한데

아아 선생님은 형식만 찾고 옛 추억만 찾고

저는 정말 싫어요

옛날 애인 생각만하고

나는 나이를 먹었으니까

선생님은 나이 몇이세요

나이는 왜 사십 불혹이지 설명하고 싶지 않지마는

그만두세요

오늘 밤은 서로가 이해가 가지 않는 밤이다

 

이런 시도 있습니까? 왜, 지금까지 생각해오던 시의 개념과는 다르다구요? 다르지요. 그런 기준에서 보면 시도 아니고 유치한 유행가 가사만도 못한 것이라고 흥분하는 분도 있겠지요. 시에 대한 모독이라고. 마음 속의 울분, 치사하고 유치하고 더러운 속물로서의 잡념을 속 시원하게 털어 놓은 말 장난아닙니까. 그런데 읽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기도 합니다. 해학극의 대사로 읽어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훌륭한 시 한편이 되는 거지요.

※전영경(全榮慶 1928~ )연세대 국문과 졸. ‘선사시대’(조선일보 ‘55년)’정의와 미소‘(동아일보 ’56년)등으로 등단. 시집<先史時代>(‘56), <金山月 女史>(’58)등.

 

박이도 교수<전 경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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