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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다부원에서 - 조지훈
[[제1233호]  2010년 6월  19일]

 

울분에 떨며 쓴 전쟁기록 시

 

한 달 농성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 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마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

 

고개를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 있는 군마의 시체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 옆에 쓰러진 괴뢰군 전사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받아

움직이던 생 무령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은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산 자도 죽은 자도 모두 역사 속으로 묻혀버렸는가. 아니다, 60여 년 전, 그 날의 포성과 살육(殺戮)의 이 땅에는 아직 적의(敵意)의 비수가 우리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다. 이 시는 괴뢰군이 대구 북방까지 밀고 내려와 다부원에서 벌어졌던 처절한 현장을 차분하게 울분을 삼키는 전쟁기록 시가 되었다.

※조지훈(趙芝薰-본명 東卓.1920-1968) <문장>(‘39)으로 등단. 청록파 시인.

 

박이도 장로<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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