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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휴전선(休戰線) - 박봉우
[[제1234호]  2010년 6월  26일]

 

민족의 비극, 6·25 침해(侵害)

 

山과 山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동같은 火山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風景. 아름다운 風土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으라는 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음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동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일제하에서 해방될 때의 감격을 경험해 본 자의 감동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조국은 분단의 형국을 맞았다. 이것이 민족적 대참화(大慘禍)가 되어 6·25의 비극을 낳았다. 38선이 민족의 원한의 벽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박봉우(朴鳳宇-1934-1990)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休戰線’으로 등단. <新春詩> 동인. 시집으로 ‘休戰線’ 등이 있음.

 

박이도 장로<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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