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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바람이 햇살이 빚는 이미저리(Imagery) - 박재삼
[[제1242호]  2010년 8월  28일]
■ 한 景致(경치)    

풀밭에 바람이 날리듯이

남쪽 바다에 햇살이 날리네.


바야흐로

갈매기 두어 마리

無心 끝에 날으고

돛단배 가물가물

먼 나라로 갈듯이 떳네,


오, 안쓰러운 것.

하얀 하얀 저것들,

어디까지 가서야 지치는 것이랴,

지쳐서는 돌아오는 것이랴.


꽃지는 꽃그늘엔

바람이 잠시 피하고

저것들의 깃 죽지와 돛폭 아래선

햇살이 잠시 피하는가.


사람들이여

이승과 저승은 어디서 갈린다더냐.


풀밭에 바람이 흐르듯이

남쪽 바다에 햇살이 흐르네.


바닷가에서 자란 유년기의 추억에서 떠올린 사소한 일상성이 풍부한 상상력에 힘입어 서정시의 꽃을 피웠다. 바람이거나 햇살이거나 날아간 갈매기의 행방 등 모두가 이미저리로만 존재한다. 그것으로 연상되는 인생의 이승과 저승은 경계는 끝내 보이지 않는 것인가 보다.

 

※박재삼(朴在森 1933~ ) 일본 도쿄 태생. 고려대 중퇴. 195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春香이 마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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