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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영혼의 낙원을 꿈꾸며 - 함형수
[[제1245호]  2010년 9월  18일]
■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청년 L을 위하여 -

 

나의 무덤 앞에서 그 차가운

비(碑)석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노고지리=종달새

 

우리가 자연으로서의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자신의 운명(殞命)을 심사숙고해 써 본 것이 위의 작품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존재의 이성적인 명언을 남긴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그의 죽음 앞에서 ‘자, 나의 영혼아, 너는 오랫동안 꼭 갇혀 있었구나. 이제는 그 감옥을 나와 이 육신의 번거로움을 떨쳐버려야 한다. 기뻐하며 용감하게, 이 분리(영혼과 육신의)를 견디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함 시인의 비명은 한 발 앞서 그 영혼의 낙원을 꿈꾸고 있지 않는가.

 

함형수(咸亨洙 1914~ ) :

함북 경성 태생.193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마음’당선. ‘시인부락’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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