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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심리주의적으로 나열한 민요풍의 시 - 김 억
[[제1249호]  2010년 10월  23일]
■ 오다가다   

 

오다가다 길에서  /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  예고 말건가.

산에는 청청(靑靑)  /  풀잎사귀 푸르고

해수(海水)는 중중(重重)  /  흰 거품 밀려든다.

산새는 죄죄  /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  옛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  갈줄 아는가.

십리 포구(浦口) 산 너머  /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  바람에 논다.

수로(水路) 천리 먼 길을  /  왜 온줄 아나?

옛날 놀던 그대를  /  못 잊어 왔네.


이 작품 역시 사랑의 본질에 해당하는 그리움과 만남을 간절히 바라는  심리주의적 수법으로 풀어낸 것이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스쳐갔든, 꿈속에서 만났든 잊히지 않는 이를 두고 “~그대를 못 잊어 왔네”하고 속셈을 토로했다. 이 본심을 토하기 위해 산과 바다를, 산새와 배를 절절히 노래한다. 그리고 꿈에도 잊히지 않는 ‘그대’를 찾아가는 이 힘이 무엇일까.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운 정(情)이 아니겠는가.

 

김억(金億, 1893~?)평북 정주태생. 이 작품은 <조선시단>(1928년) 창간호에 발표했던 작품이다. <창조> <폐허>의 동인. 신시운동에 선구자적 역할을 함. 6·25때 북한 괴뢰군에 납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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