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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0호]  2019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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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지상낙원에서 사는 인생을 보다 <3>
[[제1256호]  2010년 12월  18일]
이영만은 처음부터 변재만에게 적대적이었다. 변재만에게 노골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변재만의 악수를 하자는 제의에 그는 “악수할 시간 없으니 나를 만나자고 한 용건부터 말하시오”라고 했다.

 

“그럽시다. 우선 이 사장, 소파에 앉으세요.”

이영만은 퉁명스럽게 소파에 앉고는 한쪽 발을 다른 한쪽 무릎에 얹고서 변재만을 아니꼽다는 듯 노려본다.

 

“이 사장, 30년 전 당신의 회사를 강탈한 행위에 대해서 내가 사죄하기 위해서 당신을 보자 한 거요.”

“변 회장, 말로만 사죄한다 해서 그게 사과가 되는 거요?”

“그렇다면 내가 이 사장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고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겠소.”

 

변재만은 자신의 의자에서 일어나 이영만 앞에서 정말 무릎을 꿇으려 한다. 이영만의 태도가 순간적으로 변화를 일으킨다. 아무리 변재만이 나쁜 인간이라 하더라도 나이 70대 후반에 들어선 그를 무릎을 꿇게 하고 사과를 받을 수는 없다. 이만하면 변재만도 과거 그의 행적에 대해서 진심으로 뉘우치는 기세이다. 이영만의 태도도 갑자기 누그러졌다.

 

“변 회장님, 자식 같은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다니요. 그러지 마세요. 내가 괴롭습니다.”

장기욱이 중간역할을 자행한다.

 

“회장님, 이영만 사장님께서도 회장님의 진심을 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서 다시 자리에 앉으십시오.”

“이 사장, 아까 나에게 당신이 한 말, 사과한다고 그게 용서가 되느냐고 하지 않았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이 사장, 본론부터 말하겠소. 30년 전 당신이 입은 피해는 약 800만 원으로 되어 있소. 오늘의 물가지수로 환산하면 8000만 원 정도일거요. 나는 8000만 원의 10배를 더해서 오늘 당신에게 8억 원을 보상할까 하오.”

 

이영만에게는 너무나 뜻밖의 말이었다. 그간 쌓였던 젊은 시절의 모든 원한이 일시에 눈 녹듯 사라진다. 원한과 감정이 사라지는 대신에 이번에는 변재만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회장님, 가당치도 않습니다. 어찌 제가 그 많은 돈을 보상 받을 자격이 있습니까? 지난 과거는 회장님께서 사죄의 뜻으로 제시한 금액을 제의받은 것만으로도 이제는 모든 원한을 잊을 수가 있겠습니다.”

“이 사장, 그럴 수는 없소. 그 돈은 이 사장이 여기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해 놨소. 당신이 그 돈을 받지 않으면 내 맘이 편치를 않소.”

 

변재만은 대동그룹 발행의 당좌수표 일억 원짜리 10장을 미리 준비한 봉투에 넣어서 이영만에게 건넨다. 그런데 이영만은 봉투에 8억 원이 아니라 10억 원이 든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놀란다.

 

“회장님, 어떻게 8억 원이 아니고 10억 원을 넣으셨습니까?”

“추가로 넣은 2억 원은 필요하다면 성진건설 운영자금에 보태 쓰라고 넣었소. 부담 없이 운영자금이나 사업상 긴요한 곳에 쓰시오.”

 

사실 성진건설은 요즘 아파트 공사를 한 것이 운영자금이 모자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돈을 융통할 수 있는 곳으로부터는 모두 돈을 빌려 썼는데 아직도 10억 원이 모자라는 판국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부도 직전의 위기에 몰린 성진을 뜻밖에도 변재만이 구해 주다니!

 

“회장님,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라니요? 내가 도리어 이 사장에게 감사해야지요.”

“회장님, 아까 저의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회장님의 진의도 모르고 제가 무례한 행동을 취했습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했을 때 나라도 당신과 같이 행동했을 거요. 이 사장, 하나님의 놀라운 축복이 당신과 성진건설에 항상 임하도록 기도하겠소.”

 

이영만은 변재만의 이 말에 또 한 번 놀랐다. 이영만 역시 신실하게 교회를 나가는 장로였다. 변재만의 입에서 하나님의 복이 임하라는 말이 다 나오다니? 변재만이 예수를 믿더니 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가 있단 말인가? 놀라우신 하나님의 역사라고 생각했다.

 

그 후 다시 기적이 일어났다. 변재만과 이영만이 기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기적을 일으키신 거다. 부도를 면한 성진건설은 완공된 아파트 분양이 정말 기적처럼 잘 나갔다. 성진건설의 아파트가 인기가 높아서 서로 분양받기 위해서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였다.

 

원래 신앙이 돈독한 이영만은 변재만이 행한 보상의 돈을 단순한 인간적 양심과 도덕의 차원에서의 행위로 보지 아니했다. 변재만을 하나님의 신실한 일꾼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내가 변재만, 아니 하나님께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를 표해야만 한다,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이영만은 변재만으로부터 받은 10억 원에 다시 2억 원을 보태서 변재만에게 가져왔다.

 

“회장님이 주신 돈은 회장님의 개인 돈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사업을 하여 이득을 취한 일부인 2억 원을 더 추가로 보태서 다시 가져왔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오?”

“회장님께서 나에게 속죄하기 위해 주신 돈은 회장님이 주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빌려줘서 적시에 적절하게 쓰게 한 것입니다. 비록 회장님의 사재에서 주신 돈이지만 그 돈은 하나님께 속한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석윤 장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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