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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변재만과 조규식의 영광의 길 <3>
[[제1261호]  2011년 1월  29일]

조규식은 그가 소유한 대동의 주식 전부를 다시 대동에 반환하겠다고 선포한다. 모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세상에 이런 큰 인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과연 큰 인물이다. 물질에 초연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가장 하기 힘든 일이다. 정확히 그가 소유한 주식 60%를 대동에 환원하고 그 주식은 조규식이 임명한 특별이사회에서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6명은 대동의 임원 중에서 임명되고 나머지 6명은 외부인사에서 초빙되어 구성토록 한다는 취지였다.

 

먼저 대동에서 임명된 6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모두가 청렴결백하기로 소문난 인물들이다. 그중에는 대동의 간부급 임원에도 들어가지 못한 말단 직급의 인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두 번째 사외이사로는 군에서도 청렴성과 강직성으로 소문이 난 육군대장 계급으로 예편한 박수근 장군 등 모두가 그 이름을 들으면 정직함과 청빈을 삶의 가치관으로 일관한 인사들이었다. 감히 누구도 조규식의 이러한 안에 반대할 사람이 없었다.

 

사실 60%의 주식은 완전 조규식 개인의 것이다. 조규식이 그의 맘대로 처분해도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조규식은 결코 자신이 보유한 지분으로 자신이 대동을 떠나더라도 어떤 권한을 행사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 다만 대동을 성경의 말씀 가운데 운영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가 임명한 특별 관리 이사진은 모두가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자신이 대동을 떠났다 해서 그 주권을 야합해서 부당한 이득에 관여하는 행동 따위를 취할 사람들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규식은 사전에 그들로부터 어렵게 내락을 받고 명단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로 당일 임원회의에서 조규식 후임의 인선이 투표로 선출됐다. 후임 회장이 선출되자 조규식은 후임자에게 모든 업무를 인계하고 그는 미련 없이 대동을 떠났다. 대동을 떠난 것만이 아니라 그는 아예 서울을 떠나 그의 고향인 고흥으로 낙향을 했다. 이제 그의 고정 수입원은 군에서 대령으로 예편한 연금과 대동에서 받게 되는 연금이 전부였다.

 

고흥군내에서 약 20km쯤 떨어진 외진 마을이 있다. 상수리나무가 많다 해서 흔히들 상수리골이라고 부른다. 조규식은 이곳에 그가 직접 개간하기 위해서 야산 3천 평과 농지 2천 평 그리고 그가 기거 할 단출한 세 칸짜리 집을 미리 구매해 놓았었다. 상수리골은 고흥에서도 오지였고 경제적으로도 낙후된 곳이다. 총 가구 수가 100호를 넘지 못하는 작은 마을에서 조규식은 농사를 지으면서 여생을 보낼 작정이다. 세상적으로 바라보면 조규식은 가장 바보의 길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보유했던 대동의 주 60%는 시가 총액으로도 무려 8천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 막대한 재물을 포기하고 이제는 가장 낙후된 마을에 내려와서 일개 농사꾼의 길을 걷겠다는 조규식이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조규식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조규식이 정착하기도 전에 마을 사람들의 인구에 회자되고 있었다.

 

“오번 참에 말이여, 서울에서 겁나게 돈이 많은 양반이 우리 마을에 이사 왔다는 소문이 있는디 그게 사실인지 모르겠네?”

“사실이여. 대동 재벌인지 대한재벌인지 하는 겁나게 큰 회사의 회장님을 지내신 분인디 돈이 50억은 넘게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들 하든구먼.”

“어메, 돈을 50억이나 가지고 있다면 도대체 얼매나 많은 돈이란 말이여?”

“50억은 실(셀) 수도 없는 돈이제. (만약 조규식이 과거에는 8천억 원의 자산가라는 말을 들었으면 그들은 기절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같은 사람은 그 많은 돈 생전에 귀경도 못 했은께로 말이여.”

“그나저나 그 양반이 우리 마을에 와서 무엇을 한다는기여?”

“듣기에는 우리 마을에 말이여 대대적인 휴양시설을 만든다는 소문이 있든디.” “아니어, 그 양반 고향이 원래가 고흥이어서 고향 발전을 위해서 큰 뜻을 세우고 우리 마을에 큰 산업단지를 세운다는 말이 더 정확한 말일 것이네.”

“어따, 그라면 말이여, 우리 마을 땅값도 겁나게 올라버릴 것 아니겠어?”

“그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제. 그란께로 절대로 땅은 지금 팔아서는 안 되여. 자네도 내 말 명심하소.”

 

조규식에 대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확산되어 가고만 있었다. 고흥군수가 조규식을 찾아와서 앞으로 고흥의 발전을 위해 잘 협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정중한 인사를 하고 갔다. 그러나 그 후 몇 날이 지나도록 위락단지고 산업단지고 하는 지역의 발전을 위한 어떠한 개발계획도 조규식에게서는 시행할 기미가 보이지 아니했다. 그 대신에 조규식이 구매한 야산 밑에 자그마한 교회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상수리골은 과거에도 현재도 지독히 가난한 상태인데다가 무속신앙이 판치는 마을이었다. 그들은 마을에 예배당이 선다고 해서 우리 마을은 이제는 완전히 망조가 들게 됐다고 조규식에게 항의를 하기 위해서 마을 어른들이 찾아왔다. 마을을 대표하는 이장이 조규식에게 항의조로 “조 선상님, 자고로 말이지라 우리 마을은 조상님의 음덕으로 요로큼 마을 사람들이 화목하니 잘 지나는디 느닷없이 에부당을 짓고 조상님들 지사도 못 지내게 해 뿌리면 우리는 앞으로 후손으로서 조상님을 어찌끔 뵈올 낯짝이 있겠습니까? 그란께로 일언지 폐하고 조 선상께서 우리 마을의 특수 사정을 잘 감안하셔서 에부당을 다시 헐어주시라 해서 요로큼 찾아와 버렀습니다요.”


장석윤 장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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