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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낯설은 이미지, 상관물의 조합이 독특했던 시 - 김기림
[[제1262호]  2011년 2월  12일]
■ 세계의 아침       

 

비눌 돋힌 해협은 배암의 잔등처럼 살아났고

아롱진 <아라비아>의 의상(衣裳)을 두른 젊은 산맥들

바람은 바닷가에서 <사라센>의 비단 폭처럼 미끄러웁고

오만한 풍경은 바로 오전 7시의 절정(絶頂)에 가로 누웠다.

 

헐떡이는 들 위에 늙은 향수를 뿌리는 교당(敎堂)의 녹쓰른 종소리

송아지들은 들로 돌아가려무나

 

아가씨는 바다에 밀려가는 윤선(輪船)을 오늘도 바래 보냈다.

 

국경 가까운 정거장 차장(車掌)의 신호를 재촉하며

발을 굴르는  국제열차 차창마다

<잘 있거라>를 삼키고 느껴서 우는 마님들의 이지러진 얼굴들

여객기들은 대륙의 공중에서 티끌처럼 흩어졌다.

 

본국에서오는 장거리 라디오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하여

<쥬네브>로 여행하는 신사의 가족들

샴판 갑판 <안녕히 가세요> <다녀 오리다>

선부(船夫)들은 그들의 탄식을 기적(汽笛)에 맡기고 자리로 돌아간다.

부두에 달려 팔락이는 오색의 <테잎>

그여자의 머리의 오색의 <리본>

 

전서구(傳書鳩)들은 선실의 지붕에서 수도(首都)로 향하여 떠났다

…<스마트라>의 동쪽… 5킬로의 해상(海上)… 일행(一行) 감기도 없다

적도 가까우웁다… 20일 오전 열시…                  월간지<中央>(1935.5.)에 발표



첫 연의 “비눌/돋힌/해협은/배암의 잔등” “아라비아의/의상을/두른/젊은 산맥들” 따위의 표현들은 당대의 시적 정서로 보아 가히 혁명적인 모더니즘에의 시도였다. 이상(李箱)의 난해시로 지목되었던 ‘오감도’ 등 일련의 시편들과는 동시대의 것이면서 각기 자기류의 표현기를 보여주고 있다.

 

김기림(金起林·1908~?) : 호 편석촌(片石村). 함북 성진 태생.

동북제대(東北帝大) 영문과 졸업. 시집 <태양의 풍속> <기상도> <새 노래> 등이 있음. 6·25때 북괴군에 의해 납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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