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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변재만과 조규식의 영광의 길 <5>
[[제1263호]  2011년 2월  19일]
조규식 그가 연대장직을 그만두고 쓸쓸히 군문을 떠날 때 연대 군목이었던 황순민 중위는 진심으로 떠나는 연대장을 위로하고 싶었고 앞으로의 조규식의 생애에 하나님의 축복이 임재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조규식에게 축복기도를 해 주기 위해서 연대장 숙소에 달려왔을 때였다. 조규식은 이러한 주의 종 황순민에게 성직자에게는 감히 할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야, 이 새끼야, 너 불난 집에 부채질하러 왔어? 이 거지 같은 새끼야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이렇게 하나님을 몰랐던 조규식이 성령의 은사를 받자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그의 모습에 황순민 목사도 감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규식이 질문한 그가 섬기는 교회의 근황에 대해서 친절하게 대답해 주고 있었다.

 

“연대장님, 제가 섬기는 교회는 주의 은혜 중 건전하게 목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요? 감사합니다. 목사님.”

“연대장님, 제가 청이 있어 이렇게 개별적으로 연대장님을 뵙자고 한 것입니다.”

“무슨 청인데요? 서슴지 마시고 말씀 해 보세요.”

“연대장님, 저를 이 상수리교회의 담임목사로 써 주십시오.”

“옛? 목사님, 이곳에 내려오시겠다고요?”

“이곳에 내려와 연대장님을 돕고 함께 이 마을을 복음화시키고 싶습니다.”

“지금 담임하고 계시는 시온성교회는 어떻게 하시고요?”

“제 밑에 부목사가 5명이나 있습니다. 그리고 시온성교회의 담임목사로 오실 분은 많습니다. 연대장님, 아니 조 장로님께서 허락만 하시면 그 교회에는 사표를 제출하고 제 집사람과 함께 이곳에 내려오겠습니다.”

“너무나 고생이 되실 것인데도 말입니까?”

“주의 일을 하는 데는 육체적인 고생이 도리어 신앙적인 즐거움이 아닙니까? 장로님, 제발 허락하여 주십시오.”

 

서울의 시온성 장로교회, 교인 수 3,000명에 소위 부자 교인들만이 모이는 교회이다. 부자교회이니 목사도 고액의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진정 예수를 따르려는 목회자와 성도들은 높은 곳에서 이렇게 낮은 곳으로, 그리고 다시 더 낮은 곳으로 자꾸만 내려오려고 한다. 큰 교회에서 작은 교회로, 작은 교회에서 더 작은 교회로 내려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봉사하려고 한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가르치시고 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사실 조규식도 서울에서 그가 다녔던 교회에서 장로 직분을 받았다. 그가 다녔던 교회도 대형교회, 소위 메가 처치(mega church)였고 담임목사는 유명한 설교가였다. 그 교회의 특징은 돈의 소유와 비례해서 교인이 우대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규식도 그 교회에서는 은근히 목에 힘도 줄 수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버리고 이 험난한 가시밭길의 좁은 문으로 내려왔다. 왜냐? 좁은 문, 험난한 길은 곧 생명의 길임을 조규식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또 하나의 성도가 호화판 영화로운 길을 버리고 좁은 문을 택하겠다는 목사님이 조규식 앞에 나타난 것이다.

 

“목사님, 목회하시는 사례비를 많이 드릴 수가 없을 건데요?”

“장로님, 사례비는 당분간은 필요 없습니다. 그동안 큰 교회에서 월급을 많이 줘서 다소 저축한 것이 있습니다. 그 돈 다 쓰고 나면 설마 하나님께서 나를 굶겨 죽이시기야 하겠습니까?”

“사례비 못 받아 목사님과 사모님이 굶어 죽으시면 그거야 하나님이 큰 창피를 당하시는 것이겠지요.”

“맞습니다. 하나님 빽 믿고 이곳 상수리 마을로 내려와 조 장로님 모시고 함께 이 마을을 복음화하는 데 저의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목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은 저 혼자서 어떻게 이 상수리 장로교회를 이끌어갈까 무척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성령님께서 이렇게 유능하신 목사님을 보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황순민 목사는 조규식에게 서울 시온성 장로교회에 사표를 제출하고 모든 업무를 후임 목사에게 인계한 후 약 한 달 후에 다시 고흥으로 내려오겠다고 말하면서 조규식과 헤어졌다.

 

한편 황순민 목사가 시온성교회의 당회에 사표를 제출하자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목사님, 사표를 제출한 이유가 혹시 우리 시온성교회보다 더 큰 교회에서 목사님을 청빙하셨기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시온성교회보다 더 작은 교회로 가기 위해서 사표를 제출한 것입니다.”

“그러면 그 작은 교회에서 목사님에게 사례비를 더 많이 드린다 해서 사표를 제출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 교회에서는 사례비는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교회에서 목회하는 동안에는 사례비를 끝까지 받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생활은 어찌하실 작정이십니까?” “하나님께서 대책을 세워 주시리라 믿습니다.”

“도대체 그 교회의 교인 수는 얼마나 됩니까?” “장로님 한 분이 계시고 나머지 교인 두 사람 해서 모두 세 사람입니다.”

“옛? 교인 수가 모두 3명이라고요? 가시겠다는 교회가 대체 어디입니까?”

황 목사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장석윤 장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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