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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끝내 유언을 거절한 안락선생 - ‘소강절(1)’
[[제1417호]  2014년 6월  21일]

중국 북송(北宋)의 철학자 소강절(1011년-1077년)은 어려서부터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힘써 배웠다고 한다. 나중에 그는 견문을 넓히기 위하여 이곳저곳 여행을 하며 적지 않은 친구도 사귀었다. 더욱이 북해의 이연지를 만나 유가와 도가의 사상을 융합한 새로운 학문으로서의 선천상수학(先天象數學)을 이어받음으로써 자신의 학문적 기초로 삼았다.

 

소강절은 낙양(뤄양) 부근에서 삼십 여 년을 살았는데, 비록 가정환경이 넉넉지는 못했지만 자칭 안락선생(安樂先生)이라 하며 스스로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세상사나 정치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자유로이 소요하는 경지 속에서 일생을 보냈던 것이다. 한번은 정명도, 이천 형제가 그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소강절은 자신의 학술사상에 대하여 그 요점을 말하였다. 그 이튿날 정명도가 친구를 만나 하는 말이 “어제 소강절 선생의 의견을 듣자 하니, 정말 대단한 호걸이었네. 그러나 세상을 구하는 데 쓰이지는 못하겠더군!”이라 하였다. 그 친구가 명도에게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던가?”라고 묻자, 명도는 “한마디로 내성외왕지도(內聖外王之道)를 말하였네”라고 대답하였다. ‘내성외왕지도’란 ‘학술과 덕행을 겸비한 통치자가 덕으로 나라를 다스림으로써 태평성세를 이루는 도리’를 뜻한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이상일 뿐, 현실 세계에서 실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정명도의 지적과 마찬가지로, 소강절의 사상은 세상을 구하는데 쓰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느 날 소강절은 천진교(天津橋) 다리 위에 서서 뻐꾹새가 우는 소리를 듣고 “남쪽 사람이 나라 조정에 등용되어 천하에 이런저런 일이 많아질 것”이라 예언하였다. 그런데 과연 왕안석(송나라의 과감한 개혁정치가)이 조정에 들어와 재상이 되었고, 곧이어 청묘법(靑苗法)을 시행함으로써 나라에 큰 해를 끼쳤다고 한다. 이 청묘법은 농민에 대해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정책인데, 본래의 의도는 대지주의 고리대금업으로부터 농민을 구제하는 한편, 적정한 가격으로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물자를 구입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자놀이를 하여 국가재정을 늘리려는 의도가 있었을 뿐 아니라, 반대파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소강절이 임종을 맞이했을 때, 문병을 온 정이천(정명도의 동생, 정주학의 창시자)이 몇 마디 유언을 청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저었다. 이천이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없어 쳐다보자 그는 온 힘을 다하여 말하기를, “우리 앞에 있는 길은 넓고도 좁으이. 자기 자신조차 발을 딛고 서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하며 끝내 유언을 거절하였다. “내 형제들아 너희는 선생된 우리가 더 큰 심판을 받을 줄 알고 선생이 많이 되지 말라.”(약 3:1)

 

강성률 장로<광주교대 교수·광주성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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