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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보면…
[[제1386호]  2013년 10월  19일]

젊어서는 재력이 있어야 살기가 편안하나 늙어서는 건강이 있어야 살기가 편안하다. 젊어서는 재력을 쌓느라고 건강을 해치고, 늙어서는 재력을 허물어 건강을 지키려 한다. 재산이 많을수록 죽는 것이 더욱 억울하고 인물이 좋을수록 늙는 것이 더욱 억울하다. 재산이 많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방도는 없고 인물이 좋다 해도 죽어서 안 썩을 도리는 없다.

노인학 교수도 제 늙음은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하고, 호스피스 간병인도 제 죽음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옆에 미인이 앉으면 노인이라도 좋아하나 옆에 노인이 앉으면 미인일수록 싫어한다.

아파봐야 건강의 가치를 알 수 있고 늙어봐야 시간의 가치를 알 수 있다. 권력이 너무 커서 철창 신세가 되기도 한다. 육신이 약하면 하찮은 병균마저 달려들고 입지가 약하면 하찮은 인간마저 덤벼든다.

세도가 등등할 때면 사돈의 팔촌도 다 모이지만 쇠락한 날이 오면 측근에 모였던 형제마저 떠나간다.

지나간 세월을 정리하는 것도 소중하나 다가오는 세월을 관리하는 것은 더 소중하다. 늙은이는 남은 시간을 황금같이 여기지만 젊은이는 남은 시간을 강변의 돌같이 여긴다.

개방적인 사람도 늙으면 폐쇄적이기 쉽고 진보적인 사람도 늙으면 보수적이기 쉽다. 거창한 무대일지라도 자기 출연시간은 얼마 안 되고 훌륭한 무대일수록 관람 시간은 짧게 생각되기 마련이다.

자식이 없는 사람은 자식 있는 것을 부러워하나 자식이 많은 사람은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말한다. 자식 없는 노인은 노후가 쓸쓸하기 쉬우나 자식 많은 노인은 노후가 심란하기 쉽다.

못 배우고 못난 자식도 효도하는 이가 많고, 잘 배우고 잘난 자식도 불효하는 자가 많다. 있는 부모가 병들면 자식들 관심이 모여들지만, 없는 부모가 병들면 자식들 걱정만 모이게 된다.

세월이 촉박한 매미는 새벽부터 울어대고 여생이 촉박한 노인은 저녁부터 심난하다. 제철이 끝나가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처량하게 들리고, 앞날이 얼마 안 남은 노인의 웃음소리는 그마저 서글프다.

육신이 피곤하면 쉴 자리부터 찾기 쉽고, 인생살이 고단하면 설 자리도 찾기 어렵다.

출세영달에 집착하면 상실감에 빠지기 쉽고 축재 부귀에 골몰하면 허무감에 빠지기 쉽다. 악한 사람은 큰 죄를 짓고도 태연하지만, 선한 사람은 작은 죄라도 지을까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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