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易 地 思 之
[[제1595호]  2018년 5월  19일]


학교 동창들이 칠순이다 팔순이다 따져 각기 행사를 벌이는 것이 폐가 될 수도 있다 하여 합동 생일잔치를 열기로 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찾다가노년 강령’이라는 것을 만들어 채택·공표하기로 했다. 기초를 맡은 내가 강령 7개조 시안을 작성해서 대한민국 언론계에서 크게 존경 받는 동문 친구에게 가져갔다.

두 사람이 몇 군데 손을 보고 나니 아래와 같은강령’이 되었다.

1. 우리는 가족과 국가·사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산다.

2. 우리는 나라와 이웃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여력을 바친다.

3. 우리는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면서 많이 말하지는 않는다.

4. 우리는 지금껏 쌓아온 인간관계 특히 동기간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한다.

5. 우리는 자식들의 자유로운 삶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유의한다.

6. 우리는 연명치료, 장례문화 개선 등 문제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임한다.

7. 우리는 卒壽, 白壽를 내다보기 앞서 나이를 잊고 오늘에 충실한다.

다 됐다 싶은데 친구가 아무래도 제5조는 빼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자식들이 자유롭게 살도록 부모가 간섭하는 것을 삼가자는 뜻은 타당하지만 혹 친구들 가운데 자식들의 부양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없지 않겠으니 그런 상황에서는 이런 선언이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할는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역시 생각이 깊구나 동의하면서 6개조로 초안을 확정하고 합동 생일잔치에서 만장일치 박수로 통과시켰다. 다들 이미 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강령으로 채택하여 함께 큰소리로 외치고 나니 더욱 철저한 실행을 다짐하는 것이 되었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얼핏 상대방의 처지에 대한 생각이 모자라 본의 아니게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자리를 어색하게 만드는 수가 종종 있다. 손주가 예쁘다고 한참을 떠들다 보니 아들 딸이 다같이 애를 낳지 않고 있는 친구가 앞에 앉아 있다든지 아예 자식들이 하나도 슬하를 떠나지 않은 사정을 알게 되어 미안해 지는 일이 생긴다. 물론 그 친구는 다 초월하고 살고 있겠지만 서로서로 조심해 나쁠 것 없다.

증권이나 부동산에 투자해서 재미를 보았는데 바로 옆에 그 반대의 결과를 겪고 우울한 친구가 있다. 언젠가 손주가 다니는또 손주 얘기를 하네초등학교를 가보니 계단에 漢字로 사자성어들을 써 붙여 놓았는데 그 중에 易地思之가 들어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선생님이 이런 말을 풀어주며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심어주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잘사는 집 아이가 어려운 가정의 친구에게 상호 간 형편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대해주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자기만큼 못하는 친구에게 우월감이나 갖는 대신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는 식으로 도와주고 한다면 그런 관계는 평생 아름다운 우정으로 남아 함께 큰일을 이룬다.

다윗과 요나단의 이야기는 우정의 최고의 표상으로 등장하는데 역지사지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압살롬의 난 때 그를 따라오지 않은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에 베푼 다윗의 아량 또한 위대한 인격에서 우러나오는 정이다. 언제나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김명식 장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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