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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호]  2018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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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 귀거래
[[제1607호]  2018년 8월  25일]


조선조 숙종 때 태어나 영조 때 사망한 이정보란 문신이 있다. 예조판서를 지낸 그가 당시 세태를 보며 지은 시조가 전한다. 귀거래(歸去來) 귀거래(歸去來)한들 물러간 이 그 누구며/공명()이 부운(浮雲)인 줄 사람마다 알건마는/세상에 꿈 깬 이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 당시 벼슬을 멀리하며 시골에 사는 척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그러다가 좋은 자리가 주어지면 냉큼 옮겨가는 사람들을 보고 이 시조를 지었다. 공명을 부운처럼 보기가 쉽지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런던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교회에 주일 아침 고급 마차가 멈췄다. 여행 중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멈춘 것이다. 여행자는 작은 교회 목사님의 설교에 크게 감동받고 런던의 대형교회인 자기 교회 담임목사로 그를 청빙하기로 한다. 작은 교회 목회자에게 대형교회의 목회자가 될 기회가 주어진 것. 더 이상 자녀 학비로 고민하지 않고, 궁색한 살림에 찌든 아내에게 미안하지 않을 기회가 왔다. 청빙을 수락하고 짐을 싸고 출발하려는데 교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마당에 서 있는 게 아닌가. 대도시 큰 교회로 가는 목회자를 만류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것. 이를 본 포셋(J. Fawcett) 목사,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우리 가지 맙시다. 짐을 다시 풉시다.” 그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찬송시를 짓는다. 221장 찬송이다.

주 믿는 형제들 사랑의 사귐은 천국의 교제 같으니 참 좋은 친교라. 하나님 보좌 앞 다 기도드리니 우리의 믿음 소망이 주 안에 하나라. 피차에 슬픔과 수고를 나누고 늘 동고동락하면서 참 사랑 나누네.

나는 오늘 포셋 목사님과 같은 목회자를 보고 싶다. 아니 이런 목회자를 길러내고 싶다. 이는 선친의 경험과 정확히 일치한다. 자녀들을 타 지역 기숙사가 있는 미션 스쿨에 보낼 정도로 궁색했던 선친은 드디어 상당히 큰 교회에 청빙을 받으셨다. 더 이상 가을마다 짚으로 이엉을 엮어 교회 지붕을 덮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더 이상 먼 산에서 나무뿌리를 파서 난로를 피우거나 그을린 남포를 닦는 일을 안 해도 되었다. 그러나 선친은 평생 작은 교회를 떠나 큰 교회로 부임했던 그 결정을 후회하셨다. 그리고 부끄러워하셨다. 결국 그 교회를 떠나 작은 교회로 옮기셨다. 우리 형제들은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야 했다. 당시 목회자의 자녀들이 다 그러했다. 우리 한국교회는 지금 이런 선배 목회자들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다른 목회자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교인 자녀가 군대 간다고 역으로 환송하러 갔는데 자기 아들이 거기 있는 것 아닌가? “네가 여기 웬일이냐?” “, 군대 가는 입영열차 타려고요.” 교인 자녀가 군대 가는 것은 챙겨도 정작 자기 아들이 군대 가는 줄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옛날 우리 선배 목회자들이 교회를 섬겼던 모습이다. 나는 오늘 문득 선친과 당시 목회자들이 그립다.

구춘서 목사<한일장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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