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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마음
[[제1613호]  2018년 10월  6일]


할아버지 두 분이 쌍둥이 갓난아기를 각각 하나씩 안고 있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그 표정이 세상 어느 귀한 보물을 손에 든 것보다도 더 흐뭇하다. 두 사돈이 아들네, 딸네 집에 동시에 들려서 사진을 찍게 되었나 본데 아마도 아이들을 바꿔서 안고 사진을 또 찍었을 듯싶다.

장수시대에 대체로 60년 환갑을 무심히 지내버리지만 어느 때 누가 나이든 모습을 보고할아버지’라는 호칭을 붙여주었을 때 선뜩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아들이나 딸이 자식을 낳아 실제로 할아버지가 되면 우리는 기쁨 속에 인생에 대하여 자세를 한번 가다듬게 되고, 얼마 후 그 손주의 작은 입술로부터 할아버지라는 부름을 듣는 순간 그의 가슴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뭉클한 감상에 휩싸인다. 이것을 본능이라고 할 것이다.

그 아이가 자라는 내내 할아버지들은 자식을 키울 때와는 또 다른 밀도의 사랑을 쏟는다. 바쁜 아들 딸을 대신해 아기 돌봐주기를 힘들어 하는 할머니들도 많지만 할아버지들은 그런 수고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반면에 함께 있을 시간이 많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아이가 바르게 자라도록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데 마음만 있을 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음을 곧 알게 된다. 살아오면서 내가 터득한 인생관, 윤리관, 세계관을 나의 DNA를 나눠 받은 자손에게 전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 문제는 일단 아들, 딸이 먼저다.

사람들이 내 손자, 손녀를 보고 나의 어디를, 어떤 점을 닮은 것 같다고 평가하는 것이나 들으면서 위안을 삼아야 한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라’는 말씀이 귀에 쟁쟁한데 오늘의 세상은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가정과 가족의 울타리를 뚫고 여러 가지 것들이 맹렬히 뛰어들고 있다. 학교 선생님들마저 제치고 학원의 소위()()’들이 달려들고 스마트폰 SNS, 인터넷, 유튜브, 게임 앱들이 아이들의 두뇌와 시간을 송두리째 가져간다.

아이들에 대한 바람이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의 통로를 타고 전해지려는데 너무 많은 장애물들이 가로막고 있다. 잡다한 출처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만 가지 정보들이 또래 친구들의 미숙한 해석과 선택으로 재생산되어 청소년기 교양의 밭으로 몰려온다. 이를 바로잡고 보충할 고상한 지식이 할아버지들에게 있어도 전달할 채널이 어디 없다.

사랑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이것이 가슴속에서만 끓고 실생활에서는 효력을 잃는다. 오랜만에 손자와 나란히 앉았는데 아이가 관심 둘 소재를 찾기가 어렵고 어서 자리를 뜰 생각이나 하고 있지 않는지 어른이 오히려 불안하다. 고등학생이 되어 대학을 선택하고 인생의 진로를 탐색하는 일에 할아버지는 말할 것 없고 보통 아버지마저도 배제되고 오로지 어머니와 담당교사 그리고 학원의 전문 상담자가 결론을 낸다.

모처럼 찾아온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떠나 보내면서 끌어안으니 그 커다란 놈이 세 살 때처럼 품으로 쏙 들어오는 느낌이다. 이 신비한 순간에 전해지는 나의 체온이 그 아이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기만을 바란다. 하나님의 마음이 오늘의 할아버지들 같지 않으실까?

김명식 장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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