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태어난 손주가 열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다. 지난15년 동안에 이 아이가170센티미터 넘게 자라는 동안 내 키는2-3센티 낮아졌다. 

유다의 히스기야왕이 병들어 죽게 되었을 때‘내가 주 앞에서 진실과 전심으로 선하게 행한 것을 기억하옵소서’하고 통곡하며 기도한즉 하나님께서 그의 壽限에15년을 더하셨다고 전한다. 히스기야는29년을 왕위에 있은 후54세에 죽었다. 우리나라의 경우1980년대 이후 평균수명이 대략15년 연장되어 남자80세, 여자86세(2018 통계)에 이르렀는데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히스기야보다 더한 은총을 입은 셈이다. 이제는 오래 살게 해 주시라고 기도하는 대신 사는 동안 건강하게 해 주시라고 기도한다. 조상들보다 훨씬 오래 살도록 허락 받은 그 시간을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사는 것이 좋을지, 또 이처럼 늘어난 수명이 다할 때 어떤 세상을 뒤로하고 떠나게 될지 궁금하다. 그런데 살펴보니 인생의 연수가 늘어가는 동안 이 땅에서는 평안과 감사 대신에 오히려 갈등지수가 증가했음을 본다. 어찌된 셈인가?

한국전쟁 후의 우리 정치사회는 오랜 동안 민주-반민주의 쟁투를 겪었고 경제발전의 틀이 잡힌1980년대에 즈음하여 민주화 개혁을 이루었다. 그때로부터 사람들이 보수와 진보로의 편향성을 보이더니2000년대 초엽 노무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급진세력의 대두와 더불어 좌우양극화 현상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대략15년의 세월이 흐르고 정부가 세 번 바뀌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진보, 보수의 촛불과 횃불을 쫓아 벌어지고 정치 이외의 모든 분야에까지 그 쏠림이 뚜렷하게 되었다. 이대로15년을 달음박질하면 세상의 대립·분열은 격화되어 사람들 사이에 온기는 사라지고 증오의 강풍이 몰아치는 정신적 황무지로 변하지 않을까. 2004년 대한민국의1인당GDP가1만5천불이던 것이2019년에3만불이 되었으니15년 후면 당당히6만불의 풍요를 누리리라 단순 예측을 하는가 하면 인구 고령화에 따르는 많은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을 우려한다. 이런 가운데 궁극적으로 긍휼의 샘터인 교회마저 냉랭해진다면 큰일이다. 인간의 본성이 가인의 질투로 비틀어졌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을 믿는 자들은 미움과 싸우는‘사랑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해지는 수명을 가장 잘 사용하는 길이다. 성경은 온통 사랑의 가르침으로 가득하고 목사님의 설교도 생명은 사랑이라 하고 사랑은 기도로만 이룰 수 있다 한다. 우리 다같이 바라는 것들이 많다. 하늘이 더 맑아지고, 위정자들은 원대한 이상으로 국가의 장래를 그려내고, 예술인들은 더욱 고상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고, 기업들은 첨단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기를 바라는 만큼 교회가 정의의 길에(횃불이나 촛불이 보다는)등불이 되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도하기를 사회의 고령화 효과가 관용과 우의의 증대로 나타나기를 간구하는 것이다. 나이든 사람들은 젊은 세대에게‘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길’을 스스로 보여주며 동행한다. 교회의 원로급 인사들은 신세대 목회자들을 기도와 재정으로 도울 뿐 직접적인 영향력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교회를 사랑하는 최선의 길이다.  

그 날 아이에게 문자를 쳤다. “네가 정의로운 일에 용기 있고 약한 사람에게는 양보하고 강한 사람들과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든든한 청년이 되리라 믿는다.” 

김명식 장로<소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