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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아내
[[제1661호]  2019년 10월  19일]


아내 생일에 선물 대신 핸드폰으로 함께 찍은 사진 중에 괜찮다 싶은 것 하나를 사진관에 가서 뽑아 틀에 넣어서 주니 매우 흡족해 했다내 모양은 그저 그런데 아내 쪽은 표정이 좋게 나와서 그럴 만했다평범한 남성들에게도 아내의 편안한 모습은 큰 힘이 되지만 큰 일을 한 인물들의 경우 착한 배우자의 역할이 뒤에 있음을 본다.

학교 다닐 때 진보정치학자 양호민교수의 특강 중 혁명가의 현숙한 아내의 예로 칼 마르크스의 네 살 연상의 처 예니 폰 베스트팔렌의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프러시아 하위 귀족의 딸로 집안끼리 친해 어려서부터 동무로 지내다가 결혼했다이어지는 추방으로 파리브뤄셀런던을 전전하는 남편을 따라다니며 고생하면서도 아이 일곱을 낳아 그중 아들 넷은 일찍 죽고 세 딸을 키웠다친정 어머니의 유산을 받아 겨우겨우 살림을 지탱했는데 줄곧 전당포를 드나들었다고 한다그런 와중에도 마르크스는 자기 집 가정부에게서 아이를 하나(일설에는 둘두었는데 이들마저 돌보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였다고 하니 오늘의 여성들이 들으면 화날 일이다

4.19혁명 후 혁신정당에도 참여한바 있는 양 교수는 소탈하면서도 지사적인 풍모로 깊은 존경심을 자아내는 분이었는데 주요 신문사의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그는 레닌에서 후루시초프에 이르는 소비에트 역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강의하면서 곁들여19세기 중반 이후 유럽의 무정부주의자공산주의자들도 배경 삼아 소개했다혁명가를 꿈꾸는 사람이면 모름지기 폰 베스트팔렌부인 같은 여성을 만나야 한다고 그가 강조하던 생각이 난다

갑자기 마르크스의 아내가 떠오르는 것은 오늘 세상을 몹시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이 땅의 한 정치활동가 교수의 배우자와 많이 대조되기 때문이다비교적 유족한 가정 출신인 이들 부부는 결혼 후 두 가지 방향 즉 자식들의 진학과 가정의 부를 위해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지략과 기법을 발휘하였다남편 된 사람은 대학에서 가장 보수적 학문인 법학 그중에서도 형법학을 강의하면서 자신은 사회주의 이념에 경도되어 소위 진보좌파 계열 정치인들을 도와 그들에게 집권전략을 제시하고 정책이론을 제공하였다

우리 사회에 어느 때부턴가 운동권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고 자신을 그 범주에 포함시키면서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다수의 청년들이 나타났는데 특히1980년대부터는 잡다한 배경의 사람들이 이에 참가하고 그런 만큼 그들의 사는 방식도 다양해 오늘날 법무장관 조국 씨 같은 유형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80년대90년대의 운동권 인물들은 이제 중년 후반에 이르게 되었고 상당수가 정·관계,학계문화계에서 중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이제는 사적 이익을 위해서도 서로의 영향력을 활용하고 있음이 조국 씨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그들도 마르크스 아내 이야기는 잘 알 터인데 사치품을 탐내고성형수술을 마다하지 않고자식을 좋은 학교에 넣겠다고 파렴치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부인들과 잘 살고 있는 모양이다어찌됐건 국민의 투표로 집권한 대통령이 각료의 부적격 문제로 곤경에 처하고 장기간 나라가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임명권자와 당사자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도리를 지켜 결단을 내리면 다행이겠다


김명식 장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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